정태수 한보그룹총회장(72)이 지난 8월말 미국에서 대학을 나온 최모씨
(48)와 4번째 결혼을 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화제.

정회장은 지난 84년 결혼한 이화여대 약대 출신의 세번째 부인 이모씨와는
성격차이로 그동안 별거하다 최근 이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근교사찰에서 가족 친지들만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하게 열린
정회장의 네번째 결혼식은 극비리에 추진돼 최측근을 제외하곤 그룹
관계자들도 최근에야 알았을 정도라고 회장비서실 관계자는 밝혔다.

정회장의 부인이 된 최씨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교포 출신으로
이번 결혼이 재혼이란 사실이외에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두사람은 친지 소개로 알게 돼 정회장이 주로 동부이촌동의 최씨 집을
찾아가 만나 왔었다는게 측근의 전언.

그룹 관계자는 "총회장이 연세때문에 옆에서 돌봐줄 사람을 필요로 하던
차에 지난 7월 병원에 입원하면서 결혼을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회장은 지난 7월 중순께 유럽 출장중 눈병이 나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한 후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었다.

이와관련 재계에선 정회장이 사업의 전기를 맞을 때마다 새부인을
맞아왔다는 사실에 주목.

그는 지난 49년 첫번째 부인인 김모씨와 결혼했으나 59년 사별했고 38세에
두번째 부인인 이모씨를 만나 사업을 시작했다.

이씨는 한보주택이 70년대 중반 서울 구로동에 아파트를 지을 때 통바지를
입고 일꾼들의 식사를 날랐으며 은마아파트 건설때는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는등 "사업 내조"에 열성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업이 번창하던 83년 이씨가 암으로 별세했고 정회장은 84년
세번째 부인을 맞았다.

이때도 한보는 금호철강을 사들이고 이어 86년 종로 1가의 신생백화점과
강릉의 간호전문대를 인수하는등 사세를 급속히 확장했던 것.

또 이번 경우엔 아산만 철강공장 1단계 공사가 완료돼 한보의 철강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정회장의 "결혼"과 "사업 운"을
연결지어 해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편 정회장의 자녀는 모두 4남2녀로 첫번째 부인과의 사이에 장녀와
장남 종근(42)씨를 두었으며 원근(34) 보근(33) 한근(31)씨등은 두번째
부인 이씨와의 사이에 둔 아들들이다.

정회장은 지난달말 이씨 소생의 세아들에게 한보철강과 상아제약 주식을
나누어 증여해 그룹부회장인 보근씨를 경영권 후계자로 부상시켰었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