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가 촉망되던 젊은이였던 앤디는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다.

자신의 무고를 주장해 보지만 아무도 귀기울여 듣는 사람은 없다.

무기형을 선고받은 앤디가 보내진 곳은 쇼생크라는 감옥.

앤디는 쇼생크탈출을 결심, 20년동안 감옥벽을 파내는 작업을 계속한다.

작업을 안전하게 하기위해 앤디는 교도소장과 간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간수들의 연말정산도 해주고 교도소장의 이중장부도 관리해준다.

이른바 돈세탁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앤디는 거액까지 챙겨 쇼생크탈출에 성공한다.

지난 여름 히트했던 영화 "쇼생크탈출"의 줄거리다.

주인공 앤디(팀로빈스분)는 이 영화에서 세법, 어음.수표법, 각종
예금상품과 돈의 유통경로에 대한 놀라운 지식을 보여준다.

보는이로 하여금 앤디의 직업이 무엇일까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뱅커-. 앤디의 직업이다.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은행원이다.

영화에서 약간은 과장됐다 하더라도 선진국에서 뱅커는 대표적 엘리트
집단이다.

우리의 은행원은 어떤가.

과거엔 확실히 그랬다.

그러나 현재엔 "그렇다"와 "아니다"는 대답이 반반이다.

여전히 엘리트집단이라고 주장하는 부류가 있다.

반면 일부에선 "아! 옛날이여"라고 주장한다.

그렇고그런 샐러리맨일뿐이라는 것이다.

은행원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돈의 흐름을 총괄하는 직업이다.

예금도 받고 대출도 해준다.

환전도 이들의 업무다.

신용장개설등 각종 무역거래에도 여지없이 은행원의 손길이 미친다.

그런가하면 경부고속철도등 대형 프로젝트에도 은행원이 끼어든다.

한마디로 돈과 관련되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은행원이 개입한다.

뿐만 아니다.

앞으로 은행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복잡한 세금체계에서 효율적인 재테크를 하려는 사람들을 위해선
종합상담자의 역할을 해야한다.

마치 앤디처럼 말이다.

각종 법률이나 경제흐름을 꿰뚫고 있지 않으면 은행원으로서의 위상은
불안해진다.

이런 전문적인 역할만을 한정할때 미래의 은행원은 단연 "엘리트집단"이
되어야 한다.

보수적인듯 하면서도 합리적이고,완고한듯 하면서도 진취적이며, 외곬인듯
하면서도 포용력있는 사람이 앞으로의 은행을 짊어지고갈 은행원의 상이다.

은행들은 지금 이런 사람을 원한다.

보수나 복지혜택만 따지더라도 은행원은 결코 다른 직장에 뒤지지 않는다.

대졸자초임은 대기업보다 많다.

장기저리로 빌려주는 주택자금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직장도 안정적이며 정년도 보장된다.

한가지 흠은 승진이 더디다는 점이다.

입행후 6~7년 있어야 대리를 단다.

다시 12~14년 걸려 과장이 되는게 현실이다.

그러나 앞으론 인사제도도 많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단순업무직과 복합업무직을 구분하는 은행이 많아지는 추세다.

직급과 직위를 분리, 능력위주로 승진을 실시하는 은행도 생겨나고 있다.

따라서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고 은행을 선택하라는게 인사관계자들의
주문이다.

사회가 복잡다기해질수록 돈흐름도 복잡해지는걸 감안하면 복잡한 업무를
단순명쾌하게 처리할수 있는 은행원이라는 직업도 점점 매력적이 될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