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루몽] (220) 제7부 영국부에 경사로다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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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꽃들과 나무 사이로 한줄기 맑은 물이 흘러나와 바위 틈으로
스며들었다.
그런 풍경들을 뒤로 하고 북쪽으로 향하니 그곳은 훤히 트인 곳으로
양쪽으로 누각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었다.
조각을 한 기와와 색을 먹인 난간들이 구불구불한 산등성이와 우거진
나뭇가지들에 가려 보일락 말락 하였다.
거기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계곡의 물이 구슬같이 하얗게 부서지며
흐르고 있었다.
위를 올려다보면 누각으로 오르는 돌층계가 구름 속까지 뻗어 있는것
같았다.
누각 근방에는 못과 늪도 만들어져 있었는데, 흰 돌난간이 그 못과
늪을 둘러싸고 있었고 돌다리도 하나 활처럼 휘어진 모양으로
그 못 위에 걸쳐져 있었다.
다리의 양쪽 입구에는 돌로 조각한 짐승의 머리가 우뚝 솟아 있고,
다리 복판에는 아담한 정자가 세워져 있었다.
"저 정자가 아취가 있어 보이는군"
가정이 문객들을 데리고 돌다리로 걸어들어가 그 정자에 올랐다.
정자에 자리를 잡고 앉은 가정과 문객들은 정자 이름을 짓는 일에
열을 올렸다.
한 문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옛날에 구양공이 "취옹정기"라는 시에서 "정자를 바라보니 익연
이로구나"라고 노래하였습니다.
그 뜻을 살려 익연이라고 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익연이라고 하는 것은 날개가 돋친 듯하다는 뜻이다.
가정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익연이라는 이름도 좋기는 합니다만 이 정자는 물가, 아니 물 위에
서 있으므로 물과 관련된 이름이 좋을 듯합니다"
"물과 관련된 것이라면?"
문객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구양공이 "두 봉우리 사이로 사출하는 도다"라고 노래하였는데,
거기서 사자를 따와 이름을 지으면 그럴 듯하지 않겠소?"
가정이 문객들을 둘러보며 의견을 물었다.
사출이라고 하는 것은 마구 쏟아져내린다는 뜻이다.
문객들중 한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하였다.
"그것 참 좋은 생각입니다. 물이 옥처럼 쏟아져내리니 사옥이라고
짓는 것이 어떨까요?"
가정이 가타부타 대답을 하지 않고 손으로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문득 옆에 서 있는 보옥을 바라보며, "네 생각은 어떠냐?"
제법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무도 오랜만에 아버지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은 보옥은 다소 들뜬
어조로 대답을 올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1일자).
스며들었다.
그런 풍경들을 뒤로 하고 북쪽으로 향하니 그곳은 훤히 트인 곳으로
양쪽으로 누각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 있었다.
조각을 한 기와와 색을 먹인 난간들이 구불구불한 산등성이와 우거진
나뭇가지들에 가려 보일락 말락 하였다.
거기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계곡의 물이 구슬같이 하얗게 부서지며
흐르고 있었다.
위를 올려다보면 누각으로 오르는 돌층계가 구름 속까지 뻗어 있는것
같았다.
누각 근방에는 못과 늪도 만들어져 있었는데, 흰 돌난간이 그 못과
늪을 둘러싸고 있었고 돌다리도 하나 활처럼 휘어진 모양으로
그 못 위에 걸쳐져 있었다.
다리의 양쪽 입구에는 돌로 조각한 짐승의 머리가 우뚝 솟아 있고,
다리 복판에는 아담한 정자가 세워져 있었다.
"저 정자가 아취가 있어 보이는군"
가정이 문객들을 데리고 돌다리로 걸어들어가 그 정자에 올랐다.
정자에 자리를 잡고 앉은 가정과 문객들은 정자 이름을 짓는 일에
열을 올렸다.
한 문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옛날에 구양공이 "취옹정기"라는 시에서 "정자를 바라보니 익연
이로구나"라고 노래하였습니다.
그 뜻을 살려 익연이라고 하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익연이라고 하는 것은 날개가 돋친 듯하다는 뜻이다.
가정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익연이라는 이름도 좋기는 합니다만 이 정자는 물가, 아니 물 위에
서 있으므로 물과 관련된 이름이 좋을 듯합니다"
"물과 관련된 것이라면?"
문객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서로 얼굴을 쳐다보았다.
"구양공이 "두 봉우리 사이로 사출하는 도다"라고 노래하였는데,
거기서 사자를 따와 이름을 지으면 그럴 듯하지 않겠소?"
가정이 문객들을 둘러보며 의견을 물었다.
사출이라고 하는 것은 마구 쏟아져내린다는 뜻이다.
문객들중 한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하였다.
"그것 참 좋은 생각입니다. 물이 옥처럼 쏟아져내리니 사옥이라고
짓는 것이 어떨까요?"
가정이 가타부타 대답을 하지 않고 손으로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문득 옆에 서 있는 보옥을 바라보며, "네 생각은 어떠냐?"
제법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무도 오랜만에 아버지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은 보옥은 다소 들뜬
어조로 대답을 올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