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들어서면 "보람있는 직장구현은 노사한마음으로" 큰 글귀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회사의 노사관계를 한마디로 나타내고 있다.
올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노사화합의 첫 불길을 당긴 사업장이 바로
고려제강이다.
이회사는 지난2월15일 노사협력선언과 함께 영원한 무파업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물론 다른노조로부터 노조의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을 포기했다는 비난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노조는 "생산적.협력적 노사관계 정립은 거스를 수 없는 큰 흐름
이며 세계화시대의 조류"라고 강조하면서 이같은 비난을 일축하고 있다.
영원한 무파업의 결실은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라 노사양측의 부단한
대화와 이해라는 배경이 깔려있다.
"모든 기업활동은 인으로부터 출발한다"(홍영철사장).
"노조도 구시대적인 사고를 탈피해야 한다.
새로운 창조와 도전이 파업보다 더 큰 무기다"(윤한철노조위원장).
이 회사는 지난82년 노조 설립이후 87년 3일간의 파업이 일어난 것을
제외하고는 산업평화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단 한차례의 협상으로 임단협을 끝냈다.
필요없는 지리한 협상으로 노사가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
에서다.
올해에는 지난5월 무교섭으로 임금협상을 타결지었다.
이같은 노력으로 지난5월 근로자의 날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김성일총무부장은 "노조설립이후 노사대등 관계에 입각해 보다 체계화된
노무관리와 근로조건등에 관심을 집중해 협조체제의 노사관계를 정립해
왔다"며 노사화합의 비결을 귀뜸한다.
생산현장 분위기가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노사협력선언이후 창사이래 최고의 생산량을 기록하는 신기원을 이룩했다.
지난1.4분기중 생산량은 작년같은 기간보다 4.6% 늘어난 4만1천9백56t로
창사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2.4분기중에도 4만5천1백69t을 생산, 기록을 갱신했다.
지난7.8월에도 시간당 생산량이 86.2kg에 달해 생산성이 8.7%나 증가해
회사측이 깜작 놀라기도 했다.
제품불량률도 지난해 0.16%에서 0.11%로 크게 떨어졌다.
3.4분기중 수출크레임도 지난해 12건에서 4건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근로자들의 회사에 대한 관심도를 측정할 수 있는 제안실적건수도 지난해
보다 30%이상 늘어났다.
현장근로자들에 대한 회사측의 교육도 다른사업장보다 한발 앞서있다.
지난90년부터 2년간 4박5일씩 11차례에 걸쳐 전근로자의 20%가 일본에
노사합동연수를 다녀왔다.
당시 제조업체에서는 드문 일이었다.
일본 현지 기업의 노조간부들과 토론하면서 일본의 노사운영 체계를
체험적으로 터득한 것이다.
집안같은 편안한 분위기로 일할만한 보람을 주기위한 환경개선도 빼놓을
수 없는 회사측의 관심사항이다.
회사는 환경개선팀을 별도 조직으로 구성, 총7억원의 예산으로 작업장
식당 휴게실등 복리시설의 개선작업을 추진중이다.
창립50주년인 지난달에는 전직원에게 금메달과 카메라을 지급하기도 했다.
노조는 조합원과 호흡을 같이한다는 생각으로 지난92년 전임자를 4명으로
1명으로 줄였다.
이 회사노조는 "징검다리" 휴일로 인한 작업흐름의 중단을 막기위해 휴일
을 자체 조정할 정도로 회사의 경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윤위원장은 "노사문제에는 모범답안이 없다.
단지 서로를 이해해 주는 것이 문제해결의 해답이다"고 노사관계의 철학을
내 비친다.
일선에서 노사문제를 다루는 정생규부사장은 "기업경영의 근본인 인본을
노사관리의 기본개념으로 여긴다"며 "정이 있는 회사, 노사가 함께 숨쉬는
회사 만들기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고려제강은 창립50주년을 맞아 최근 노사공동번영 구현으로 세계 제1의
특수선재 메이커로 도약한다는 2천년대 회사비전을 설정했다.
노사화합 정신을 승화시켜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목표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