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탠홈의 윌리엄 시라이트(54)는 "큰 목소리"로 최고경영자(CEO)의
자리에 오른 색다른 사연을 갖고 있다.

이사회가 열릴때마다 시큰둥하게 앉아있는 이사진을 향해 탁자를 탕탕
쳐가며 "제발 우리 브랜드의 힘과 마케팅 능력을 활용하자"고 목청을 높였다.

스탠홈은 연간매출 8억달러에 불과한 기울어가는 회사였다.

판매방식도 방문판매라는 원시적인 방법을 쓰고 있었다.

"신시장 개척"이라는 말은 이미 스탠홈에서는 낯선 단어가 돼 있었다.

시라이트가 귀가 따갑도록 경영쇄신을 반복해 부르짖자 경영진은 결국
"그럼 자네가 해 보지"라며 최고 경영자의 자리를 내주었다.

지난 1931년 설립된 스탠홈은 주부들의 모임을 통해 가정용 청소제품을
파는 기발한 판매방법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K마트가 가정용품들을 디스카운트 스토어에서 대폭 낮은 가격에
판매하면서 스탠홈은 기울기 시작했다.

그때 돌파구 역할을 한 것이 에네스코와의 합병이었다.

에네스코는 성경구절이 새겨진 저가의 자기 장식품을 만드는 업체였다.

종교붐이 일면서 이 제품은 큰 히트를 쳤다.

스탠홈은 개당 25~30달러에 불과한 이 제품을 팔아 연간 1,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 제품을 취미로 수집하는 미국인만도 수십만명을 헤아리게 됐다.

시라이트를 화나게 한 것은 스탠홈의 경영층이 에네스코의 가치를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해외사업 확장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결국 이사회는 시라이트가 옳다고 결론을 맺었다.

93년 11월 시라이트는 전임자였던 알렉스 디아즈 바가스를 밀어내고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것이다.

시라이트가 비상근이사로 스탠홈에 발을 들여놓은지 2년여만이었다.

시라이트는 90년 중반 이 회사와 인연을 맺었다.

국제마케팅 경험이 있는 경영자가 부족했던 스탠홈으로서는 시라이트회장이
절대필요한 인재였다.

시라이트는 휴블라인에서 25년간 일하며 스머노프보드카, J&B스카치등
유명브랜드 제품의 해외판매를 맡았었다.

시라이트는 CEO취임과 동시에 미국내 직접 판매방법을 중단했다.

창립초기 사용했던 모임을 통한 판매방식을 일부 원용, 독특한 판촉을
벌였다.

유명연예인의 공연을 보면서 자기장식품을 서로 교환하는 선상파티를
연 것이다.

시라이트는 관련 세미나도 열고 회원클럽과 수집가를 위한 회보도
만들었다.

에네스코의 최대 히트상품으로 소모양을 본떠 만든 장식품 "메리의
무무스"는 팬클럽까지 갖고 있다.

시라이트는 "제한생산"이나"수집품"같은 말을 제품에 붙여 판매가를
높이는 수법도 동원했다.

특히 수집품이 되려면 한 시리즈 제품을 모두 갖춰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이 제품에 한번 손을 대기만 하면 계속 사들이지 않을수 없었다.

스탠홈의 선물및 수집품 사업은 이미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스탠홈의 총 연간매출액 8억달러를 이 사업의 실적이 5억5,000만달러나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8,100만달러)의 대부분(7,300만달러)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시라이트는 이정도로 만족할 수 없다.

"메리의 무무스"가 디즈니나 청바지 코카콜라처럼 전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미국의 상징으로 자리잡는 것, 그것이 바로 시라이트의 목표이다.

< 노혜령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