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를 맞아 국내노사관계가 변화하고 있다.

불과 몇년전 까지만 해도 대립과 갈등이 지배하던 산업현장은 이제
화합과 협력의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노사도 생산성향상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전국 산업현장 곳곳에선 노사화합 메아리가 울려퍼지고 있고 근로자는
기업발전을 위해, 사용자는 근로자의 복지향상을 위해서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화합분위기는 아직 제도나 관행으로 정착되지않아
내부적으로 아직도 불안요인을 안고있다고 볼수있다.

아직도 일부 대형사업장에선 단체협상철만 되면 노사가 서로 자기의
주장을 고집하며 소모적인 노사분규가 일어나고 있다.

일부노조는 여전히 높은 임금인상과 경영.인사권참여등 사용자측이
들어주기 어려운 요구를 하고 있다.

사용자 역시 불성실한 협상태도로 일관해 노사관계를 악화시키고있다.

상급노동단체의 분열역시 불안요인이다.

노동계는 오는11월 제2노총 출범을 앞두고 재야노동단체인 민노준(민주노총
준비위원회)과 한국노총으로 양분돼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선진국에선 이미 상급노동단체들이 통합돼 근로자의 복지향상과
기업발전을 위해 앞장서고 있으나 우리 노동계는 아직도 양분된채
주도권다툼을 벌이며 현장단위사업장의 노사분규를 자극하고 있다.

노사분규가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연간 100건이 넘고 있는
실정이며 이로인한 경제손실액수도 1조원이 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대내외적으로 엄청난 도전에 직면해있다.

협력적 노사관계가 자연스럽게 뿌리내리기를 느긋하게 기다릴수없다.

세계경제의 글로벌화와 개방화 추세는 부존자원이 절대부족한 우리경제를
바짝 죄어오고 있다.

불과 몇년전까지만해도 후진국에 처져있던 동남아 중남미국가들이 우리의
경쟁상대로 부각되면서 세계시장은 춘추전국시대로 본격 돌입한 상태이다.

과거 극심한 노사분규를 치르면서 우리나라는 아시아의 "4마리의 용"에서
한발 뒤처지게 되었다.

소모적인 노사분쟁이 경쟁력약화의 한 요인이 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노사관계도 경제규모에 맞게 선진국형으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라고 노동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대 배무기교수는 "대립과 갈등적 노사관계를 이제 산업현장에서
말끔히 청산하고 화합과 협력을 통한 생산적 노사관계를 창출할때만이
선진국으로의 진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대립과 갈등적 노사관계에 종지부를 찍고 노사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쳐
생산성향상에 나서야만 국가경제가 발전할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대모노동연구원장은 "이제 노사가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 국제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

그럴 때 진정한 노사협력의 풍토가 뿌리내릴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초부터 한국경제신문사가 노사협력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당위성 때문이다.

전국산업현장에서 일고 있는 노사화합바람은 우리경제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위한 전초전이다.

노사협력은 세계적인 추세로 정착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등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국가들도 국가경쟁력강화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쟁상대국인 싱가포르에서는 지난10년동안 노사분규로 인한 노동손실일
수가 단 하루도 없었다.

대만에서도 지난 한햇동안의 분규건수가 10건안팎에 불과, 분규로 인한
손실은 거의 찾아볼수가 없다.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는 "기업과 국가가 발전하기위해선 노사간의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려야 한다"면서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

선진국의 노사는 제로섬게임에서 벗어나 생산성향상과 기업의 이익증대에
앞정서고 배분의 몫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영국기술자노동조합(AEEU)의장겸 유럽전략위원회의장인 빌 조단도 최근
영국 전국노조연합대회에서 "노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근로자들의 최선의
이익이 어디에 있는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으며 노.사.정 3자는 지금의
경제위기상황을 극복하기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에 대해 합의할 의무가
있다"며 노동운동의 방향을 국가경쟁력 회복에 맞출것을 강조했다.

국내 노동계가 눈여겨볼만한 대목이다.

노사관계는 대등관계이며 동반자로서의 인식이 중요하다 따라서 기업은
근로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구태에서 벗어나 인간적 신뢰를 바탕으로
"노동의 인간화"가 구현되는 작업장을 모색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근로자들도 과거 투쟁일변도의 노동운동을 과감히 청산하고 노사협력의
틀속에서 자신들의 권익을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정부도 노사 모두에게 공정하고 중립적인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노사화합분위기가 정착되도록 각종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노.사.정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다할때 노사협력의 뿌리가 산업현장에
깊이 내려 기업은 물론 국가경제도 발전할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의 발전도 대립적 노사관계라는 과거의 유산을 떨쳐버리고
튼튼한 노사협력의 틀을 구축할 때 비로소 찾아오는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에 걸맞게 한국사회는 바로 이같은 인식의
대전환을 통해 진정한 가치를 추구해야한다.

< 윤기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