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금융기관들이 느끼는 금융환경변화가 산들바람이라면 선진국의 대형
금융기관들에 몰아닥치고 있는 것은 태풍이라고 할만하다.

올 3월에 발표된 일본 도쿄은행과 미쓰비시은행의 합병후자산규모는 8천
1백89억달러.

달러당 7백70원으로 환산하면 6백30조5천5백30억원이다.

8월에 발표된 미국 케미컬은행과 체이스맨해튼은행의 합병후 자산은 2천9백
73억달러.

국내 시중은행 14개의 총자산을 모두 합쳐도 2천8백26억달러수준(94년말
현재)에 불과하다.

이같이 우리가 보기에는 "끄떡없는" 선진국의 대형은행들의 합병에는
심각한 위기의식이 깔려있다.

미국의 한 컨설팅사는 전자거래확대와 은행간 기업매수합병(M&A)으로 미국
내의 5만9천개 은행점포중 절반이 10년내에 폐쇄되고 은행원 2백80만명
가운데 84만명을 차지하는 지점인원중에서만 45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자료를 내놓고 있다.

또 현재 1만5백개에 달하는 은행이 5년안에 절반으로 줄어들고 궁극적으로
는 소수의 대형은행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예상도 있다.

체이스맨해튼은행과 케미컬은행은 이미 90년대들어 각각 4천명과 1천7백명
을 감축하는등 변신의 노력을 시도했었다.

또 체이스맨해튼은행은 후선관리부문의 인원을 대폭 감축할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뒷받침할수 있는 대대적인 전산화와 컴퓨터통신망정비를
추진하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은행은 막다른 선택이나 마찬가지인 합병을 선택할
정도로 경쟁력강화를 급박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2월에 플리트파이낸셜이 쇼머트내셔널을 36억달러에 인수
한 것을 시작으로 올들어 최근까지 6건의 대형합병계획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대형은행의 순위가 크게 바뀌었다.

미국은행들은 자산규모 10위권밖에 처져있던 은행들이 합병을 통해 10위권
안에 진입하고 점포수를 대폭 늘리는등 영업지역을 확대하는게 특징.

합병을 통해 전산등 설비와 조직을 통합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자는
것이다.

잘 짜여진 세계적 지점망을 보유하고 국제금융 도매금융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체이스맨해튼은행과 소매금융및 신용카드 파생금융상품등에 강한
케미컬은행의 합병처럼 각각 강점을 가진 은행이 상호보완을 위해 합병하는
추세다.

유럽에서도 지난5월 스위스의 SBC은행이 영국의 SG워버그투자은행을 인수
하고 6월에는 독일의 드레스너은행이 영국의 클라인워트벤슨투자은행을
인수하는등 대륙계은행이 증권업무에 강한 영국계은행 인수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선진금융기관들의 변신노력은 합병뿐만아니라 컴퓨터통신을 활용한
다이렉트뱅킹 전자화폐 신흥시장진출등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89년 영국의 미드랜드은행등이 설립한 퍼스트디렉트은행은 은행업무에
폰뱅킹을 깊숙이 뿌리내렸다.

50만명정도인 고객이 2000년에는 1백만명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따라 영국의 바클레이즈 냇웨스트 TBS은행등도 폰뱅킹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8월 미국의 시티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은행, 캐나다의
몬트리올은행등과 IBM 마이크로소프트등은 인터넷을 통해 전자수표결제및
수표발송등을 할수 있는 시스템을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케미컬은행도 합병을 결정하기에 앞서 지난7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사와
제휴, MS사의 개인용재무관리프로그램을 통해 고객들에게 홈뱅킹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었다.

이를 통해 개인차원의 자금계획수립은 물론 수표발행조절도 가능토록 한다
는 것이었다.

또 미국의 인투이트사는 집에서 수표발행과 대금결제가 가능한 온라인
서비스를 미국전역에서 제공하기로 하고 보스턴은행 아메리칸익스프레스등과
제휴했다.

전자화폐는 영국 벨기에등에서 활발하게 시험운용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