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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루몽] (209) 제7부 영국부에 경사로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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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귀가 통곡하고 있는 보옥을 부축하여 일으키며 말했다.

    "도련님, 진종 도련님은 아직 돌아가시지 않았어요. 상태가 안 좋아 좀
    폭신한 침대로 옮겨놓았을 뿐이에요. 이렇게 크게 우시면 환자의 병에도
    이롭지 못하니 울음을 그치세요"

    "진종이 아직 안 죽었단 말이야?"

    보옥이 표정이 조금 밝아져 진종의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과연 진종은 가늘게 숨을 쉬고 있었다.

    "진종아, 나 보옥이야. 알아보겠어?" 진종은 거의 반응을 나타내보이지
    않았다.

    "나, 보옥이란 말이야. 제발 대답 좀 해봐!" 보옥이 다시 큰 소리를
    지르며 진종의 어깨를 두 손으로 잡고 흔들었다.

    그런 보옥의 동작은 진종을 데려가려는 지옥의 사자들에게 진종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애쓰는 몸부림인 듯했다.

    "아이구, 이러시면 안 된다니까요"

    이귀가 보옥을 붙잡아 안정시키려 하였다.

    그래도 보옥이 진종의 어깨를 놓치지 않고 계속 흔들었다.

    진종이 흔들리면서 욱 하고 입안에 괴어 있던 피가래를 토해놓았다.

    이귀가 황급히 수건을 가져와 진종 입가의 피가래를 닦았다.

    그러자 진종이 뭐라뭐라 중얼거리는 듯한 입모양을 하였다.

    "진종아, 더 크게 말해봐. 안 들려. 좀 더 크게"

    보옥이 진종의 입에 귀까지 갖다대며 소리를 질렀으나 들리는 건
    헐떡이는 숨소리뿐,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진종의 숨소리를 들으니 보옥도 어느새 숨이 가빠오는 듯했다.

    이렇게 진종과 함께 숨을 가쁘게 쉬다가 동시에 같이 숨이 넘어갔으면
    싶었다.

    지금 생각으로는 진종이 없는 세상은 으리으리한 궁궐이 있고 호화로운
    별채가 있다고 하더라도 살만한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살아 생전에는 서로 경쟁하며 미워하기도 하였지만, 이렇게 막상 저
    세상으로 간다고 하니 그 동안의 감정들이 눈녹듯 사라지고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석을 잃는 느낌일 뿐이었다.

    지금 당장은 진종의 목소리 한마디만이라도 들으면 다른 소원이 없을 것
    같았다.

    결국 보옥이 탈진하여 구들 바닥으로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귀와 명연이 급히 보옥을 양 옆에서 받쳐주었다.

    넋을 잃고 천장으로 향한 보옥의 얼굴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쉴새없이
    흘러내렸다.

    "한마디라도, 한마디라도."

    보옥은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는 진종의
    입술놀림과 마찬가지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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