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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오르는 동남아] 수하르토 독재자 일방적 매도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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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오나드 세바스찬 <싱가포르 동남아학회 연구원>

    지난 8월17일은 인도네시아 정부수립 50주년 기념일이었다.

    수많은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옛 소련이나 유고슬라비아처럼
    복잡한 다민족국가다.

    이런 국가가 경제적 궁핍에서 벗어나 중진국으로 올라섰다는 것은 분명
    놀라운 사실이다.

    인도네시아 경제발전의 시발점은 지난 67년의 수하르토정권 탄생이다.

    수하르토대통령 집권 28년의 업적으로는 경제성장을 첫번째로 꼽을수 있다.

    그러나 서구언론은 이러한 수하르토정권의 업적을 대수롭지않게 여기고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가 처한 정치적 딜레마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데서 나온
    것이다.

    1만3,000여개의 섬에서 200여 민족이 단일국가를 이뤄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수하르토정부가 신질서( New Order )를 만들어내기 이전의 인도네시아
    사회에서는 폭력이 곧 법으로 통했다.

    물론 수하르토도 지난 65년10월 공산주의에 대한 전쟁을 수행한다는
    명분으로 군대를 동원해 권력을 잡았다.

    폭력을 다스리기위해 폭력을 선택한 것이다.

    당시 인도네시아에서는 자바인과 발리인간의 반목, 회교도계와 공산계열간
    대립이 끊이지 않았었다.

    무정부상태에서 폭력의 희생양은 인도네시아 국민들이었다.

    따라서 강력한 국가통치권의 탄생이 불가피했다.

    수하르토정권의 이런 역사적 등장배경을 서방언론들은 간과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31년부터 41년까지 네덜란드의 식민지배에 놓였었고,
    41년부터 45년까지 일본의 강점에 시달렸다.

    이어 45년부터 49년까지는 네덜란드와 인도네시아 민족주의자들간
    대치국면이 지속됐고,50년부터 60년대초반까지는 공산주의와 반공주의간
    마찰을 중심으로 지역분쟁이 계속됐다.

    수하르토정권의 탄생은 이런 인도네시아의 역사적 진통의 탈출구로
    작용했다.

    수하르토는 질서를 통치철학의 기본으로 삼는다.

    그는 안정과 질서를 "경제개발정책의 목적"이라고 강조하기까지 했다.

    수하르토를 독재자나 억압자로 묘사하는 서방언론은 인도네시아 사회에
    내재된 복잡한 사정을 무시하고, 이 나라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답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수하르토 자신도 평화적인 정권이양과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 정치가 서방언론이 바라보는 것처럼 정체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비판적 언론이 존재하고 노동운동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개혁과 변화를 이끄는 작가와 학자 학생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런 바람은 서방에서 불어오는 것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다.

    수하르토는 그의 집권 28년동안 여러 섬으로 나눠져 있는 국가로서는
    보기 드물게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국가의식을 갖도록 만들었다.

    또 국민들의 생활수준과 복지도 향상시켰다.

    집권초기에는 국가통치기구를 정비하는데 총력을 쏟았다.

    그러나 수하르토정부의 국정목표가 안정에 있다고 해서 인도네시아가
    반드시 안정된 국가기반을 갖추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인도네시아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앞으로의 최대관건은 평화적 정권이양
    인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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