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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과학자 발굴/지원이 올바른 정책 .. 조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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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장희 <한국과학기술원 교수>

    근래에 와서 한국은 마치 과학의 메카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많은
    과학정책이 발표되어 과학계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일반인까지도 마치
    멀지않은 장래에 "과학 선진국"이 될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고있다.

    예를들면 "꿈의 에너지"개발을 위한 핵융합연구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
    "고등과학원"을 설립하여 노벨상에 도전하겠다는등 상당히 구체적이면서도
    의욕적인 계획들이다.

    예컨대 핵융합연구를 위해서 우리나라가 1조원의 연구비를 투자, 미국이나
    선진국에서 40여년간 수백억달러를 투입하여 연구하다 성과가 부진해 그만둔
    연구를 하겠다든가, 또는 노벨상급의 과학자를 모셔와 하루아침에 노벨상에
    도전하겠다는 세속적인 과학정책들을 발표하는 것은 현정부가 선전 위주의
    과학정책을 표방하거나, 과학정책 입안자들이 현 한국 과학정책을
    오도하거나의 둘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노벨상 위원회에 계신 뢰딘교수가 우리나라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조언하였다.

    "노벨상은 노벨상을 타겠다고 결심해서 타는 것이 아니다.

    과학하는 인구가 많고 꾸준하게 또 성실하게 많은 과학자들이 훌륭한
    일을 하고 있을때 그중에서 우연히 생각지 않던 연구가 노벨상을 타게 하는
    것이다" 우리 과학계가 당면한 과제는 많은 우리의 과학자들이 훌륭한
    연구를 할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국내외를 망라해 우리 한국 과학자들을 발굴해 이를 지원해 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연구는 개인의 창의성에 기본을 둔것이므로 가능하면
    과학자들 개인의 연구성과를 정확하게 평가해서 선별한후 그들이 원하는
    연구를 효율적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다.

    연구라는 것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노벨상을 탈것인가를 정책적으로 정해
    지원해 주는 형식으로는 그 성과를 거둘수 없으며 있을수도 없는 일이다.

    연구는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연구로 노벨상을
    타야겠다는 계획을 세워서 하는 것이 아니고 창의성있고 훌륭한 국내외
    과학자들을 발굴해서 그들이 이미 이룩한 연구의 꽃을 피우게 지원해 주는
    것이다.

    앞으로 과학은 어느 한 분야가 유망하다고 해서 그 분야가 꼭 노벨상을
    탄다거나하는 고정된 관념과는 달리 기존에 있던 많은 분야가운데 몇 개가
    제휴해서 생각지도 않았던 새로운 분야를 탄생시키면서 발전할 것이며
    이러한 의미에서 어느 정책입안자가 그 분야가 유망하니까 집중투자해서
    노벨상을 타게 하겠다하는 생각은 옳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하면
    오히려 노벨상을 탈 확률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노벨상은 한 분야의 독점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집중적이고도 선별적인 연구 지원을 함은 과학발전의 핵심이며 바람직한
    정책이지만 지금과 같은 목표 지향적인, 다시 말해 정도가 아닌 정책으로는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세계 어디에서도 정부가 선정해서 노벨상을 타는 연구소나 대학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적이 없다.

    특히 세계 과학계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이런 저속한 과학정책을 본다면
    얼마나 웃을 것이며 우리의 의도가 얼마나 과학과 연구 그자체를 모독하고
    있는가를 개탄하고 또 멸시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문명사회에서 우리를 소외시켜 버릴 것이다.

    우리는 이제 성숙한 국가로서 과학기술을 우리문화로 자랑스럽게 키우면서
    또 인류의 과학발전에 공헌하면 그 공헌한 대가로 노벨상을 타게 될 것이며
    이러할 때 우리는 자랑스런 한국인임을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노벨상을 타는 연구소나 특수대학을 만들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나라가 노벨상을 타야겠다고 하는 생각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과 다를 것이 없다.

    노벨상만을 목표로 연구하는 과학자는 진실한 과학자일 수가 없으며
    진실한 과학자를 길러 내지 못하는 나라가 훌륭한 나라가 될 수 없다.

    이제는 우리도 돈을 벌기 위해서 장사를 하고,노벨상을 타기 위해서
    연구를 하고,또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 운동을 하는 저속한 국민과 나라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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