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련은 영국부와 녕국부 어른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고 난 후에야
자기 집 방으로 돌아왔다.

이제 희봉과 단 둘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얼마만에 보는 아내인가.

가련이 보니 희봉은 이전보다 더욱 의젓해지고 아름다워진 것 같았다.

하나의 성숙한 여인으로 성큼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었다.

두 눈에는 그 동안 욕정을 참아내느라고 그랬는지 불꽃 같은 것이
피어 있는 듯했다.

가련은 희봉을 안고 싶은 마음에 빨리 밤이 되었으면 하고 조바심이
나기까지 하였다.

가련이 양주와 소주 지방에서 몇몇 여자들을 건드려 보기는 하였지만
늘 희봉이 그리웠던 것이었다.

남자에게 몸을 파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여자들도 희봉만큼
성적인 기교에 밝지를 못했다.

또한 그런 여자들과 교접을 할 때는 양매창(매독)같은 성병이 늘 염려가
되었다.

그래서 한천으로 음경을 감싸기도 하고 음갑으로 귀두 부분을 씌워
교접을 해보기도 하였지만, 방사가 끝난 후에는 여전히 찜찜하기만
하였다.

한번은 실제로 오얏나무 열매 같은 반점이 음경 주위에 번져, 이크
걸렸구나 싶어 우울증에 빠질 정도로 크게 걱정을 하였다.

그런데 누가 청미래덩굴 뿌리가 그 병에 좋다 하여 삶아 먹었더니
희한하게 그 반점들이 없어졌다.

그리고 그런 창기가 아닌 다른 여자들은 너무 쑥맥이라 가련 쪽에서
먼저 시들해지기 일쑤였다.

이래저래 가련은 희봉과 나눌 오늘밤의 방사가 기다려졌다.

"국구 전하가 되셨으니 얼마나 반가운 일이에요?"

원춘이 황제의 후비가 되었다는 소식은 가련이 영국부에 도착하기 전에
인편을 통해서 이미 들었던 터이고, 가련이 영국부와 녕국부 어른들에게
인사를 할 때도 먼저 그 경사스런 일에 대해 축하부터 드렸던 것이었다.

"내가 황제의 처남이 되었다니 믿기지가 않는군. 사촌 처남이긴 하지만.
보옥은 진짜 처남이니까 나보다 더욱 기분이 좋을 거야"

"그렇지도 않아요. 보옥 도련님은 원춘 누나를 점점 더 보기 힘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도 있고, 자기 동무 진종이 앓아 누워 있기도 해서
그동안 우울한 표정으로 지냈어요.

그러다가 서방님과 함께 대옥 아가씨가 오자 조금 기분이 나아진 거예요"

"그래? 진종이가 병들었어? 문병을 한번 가 봐야겠군. 근데 보옥이
대옥이를 좋아하는 모양이지?"

"그럼요. 이태껏 그걸 눈치채지 못했어요? 난 보옥 도련님이 보채를
좋아했으며 하고 바라는데"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