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은행의 조이선대리(29).

그의 근무처는 영업2부안에 있는 "로얄프라자"다.

이름에 걸맞게 그의 고객들도 "로얄층"이다.

고객 1인당 평균예금이 5,000만원을 넘는다.

이들을 상대로 재테크 세무 법률등에 대한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게
조대리의 일이다.

조대리는 보람은행 특유의 "개인고객전담역(PB:Personal Banker)"
1세대다.

그는 별다른 일이 없는한 은행을 떠날때까지 개인고객만을 전담하게
된다.

고객의 예금도 관리해주고 절세방법도 모색해주며 각종 상담에 최선의
대안을 제시해 주는 일을 평생 하게 되는 것이다.

남들처럼 기업근처엔 얼씬도 하지 못한다.

외환업무도 접할 기회가 없다.

요즘 각광받고 있는 국제금융업무와도 거리가 멀다.

어떻게보면 그는 절름발이 은행원이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다르다.

"갈수록 개인들의 금리민감도가 높아질 것이고 그에따라 토털서비스를
적시에 제공하는 사람이 미래 은행에 진짜 필요한 은행원"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는 "절름발이"보다는 "전문가"라는 호칭을 더 좋아한다.

고객의 욕구가 다양해질수록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훨씬
더 유용하다는 생각에서다.

그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개인고객전문가가 되기위한 "수습기간"이다.

그는 지난 4월 로얄프라자로 옮겨왔다.

이곳은 거액고객만을 별도의 공간에서 상대하는 곳이다.

이곳을 찾는 고객은 줄잡아 600여명.이들의 예금도 2,300억원을 넘는다.

계층이 이런 만큼 고객의 요구도 까다롭기만 하다.

웬만한 재테크방법은 조대리보다 훨씬 잘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대상이나 주식시장동향에 대한 정보도 한발짝 빠르다.

이런 고객을 대상으로 토털서비스를 제공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조대리가 선택한게 노력이다.

국내외 정치.경제상황에서부터 <>각 금융기관의 상품특성및 수익률
<>금융실명제와 부동산실명제 <>각종 세법등의 세부사항까지를
꿰뚫으려고 애쓰고 있다.

"종합과세대상 확대조치로 고객들이 동요하는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자금을 인출하는 고객은 없는 편입니다. 뚜렷한 대안이 없는
탓도 있지만 관리자에 대한 신뢰가 큰 것도 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대리는 고객들이 자신에게 보내는 신뢰를 볼때 자신이 선택한 길이
옳았다고 판단한다.

자신도 재미있는데다 보람까지 있으니 더할나위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조대리는 "고객차별화시대"를 일선에서 살아가는 신세대금융인
이다.

올여름 히트했던 영화 "쇼생크탈출"의 주인공 팀 로빈스처럼 언제
어디에서든 개인의 재테크와 세테크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뱅커"로의
첫발을 힘차게 내딛고 있는 주인공이라는 얘기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