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이봉구특파원]일본은행은 8일 재할인금리를 사상최저수준인 연0.5%로
끌어내려 금융완화국면이 시작된 지난 91년7월이후 9번째 재할인율 인하조
치를 취했다.

재할인금리가 년0.5%에 불과한 것은 선진국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극히 이례적인 것이다.

미국은 재할인금리가 현재 연5.2 5%를 나타내고 있으며 독일도 연3.5%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은행이 무금리에 가까운 재할인율체제를 도입한데는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경기회복을 지원하자는 것이다.

현재 일본경기는 바닥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을 대상으로한 조사에서는 경기가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호전될
것이라는 비율을 항상 웃돌고 있다.

최근 발표된 7월 광공업생산지수도 전월비2.4%하락하는등 각종경제지표도
하락무드를 나타내고 있다.

부동산 주가와함께 물가하락까지 겹치면서 디플레현상에 대한 우려마저
확산되고 있다.

통화공급량신장률역시 크게 둔화돼있다.

또다른 중요한 원인은 금융기관을 지원하자는 차원이다.

최근 일본금융기관들의 경영사정은 한계에 도달한 일부업체들의 파탄에서
드러나듯 그야말로 말이 아니다.

80년대말의 버블경제가 붕괴된 영향으로 40조~60조엔에 이르는 부실채권을
안고있는 이들금융기관들에게 여수신금리차를 조금이라도 확대해
주자는 배려다.

일본은행이 재할인율인하와 함께 단기콜금리도 0.5%이하수준에서 묶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엔약세를 확실히 하자는 것도 핵심목적중의 하나다.

재할인금리를 인하하면 미국및 유럽등과의 금리격차가 더욱 확대돼 엔화하
락을 촉진할 수있을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은 엔화가 80엔대까지 상승하면서 "1백엔대이상에서는
수출경쟁력을 확보키 어렵다"고 비명을 올리는 업계로부터 강한 압력을 받아
왔다.

실제 엔화는 일본은행의 발표후 달러당 1백엔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재할인율인하가 일본기업들및 금융기관들에 상당한 원군이 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경제의 흐름을 바꿀 정도의 빅카드가 될 수있을지는 대단히 불투명
하다.

현재 일본경제의 침체는 기본적으로 버블경제의 후유증에서 기인하는 것이
다.

부동산 주가등이 절반이하로 떨어져 있는등 엄청난 시련에 봉착해 있다.

거기에 비하면 재할인율인하는 아직도 코끼리 비스킷 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초엔고역시 기본적으로 일본의 거대한 무역흑자에서 기인하고 있다.

연1%의 재할인율수준에서도 달러당 80엔까지 상승했던 엔화가 0.5%포인트의
금리인하에 일본은행의 의도대로 움직여 줄지에는 의문이 적지 않다.

오는 20일 발표예정인 경제활성화대책에 주목이 쏠리고 있는 것도 이때문
이다.

일본은행역시 이를 의식 "과감한 규제완화등 구조정책이 병행돼야 금융완화
가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것"이란 주문을 정부측에 내놓고 있다.

일본은행의 재할인율인하는 상당한 모험이라고도 볼수있다.

만일 앞으로 엔급등등 비상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응할 방법이 거의 없어
졌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최대무기인 재할인율의 인하여지를 갖고 있지 않아서는 대단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바꿔말하면 일본은행이 막다른 선택을 할수밖에 없게 만든 일본경제의 상
황이 그만큼 심각한 형편에 있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