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지난 5일 밝힌 철도청의 공사화 철회결정은 일관성 없는
정책과 무책임한 행정의 본보기로서 결정의 배경및 책임소재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같은 맥락에서 정보통신부가 그동안 추진해 오던 체신공사 설립방안이
보류된 까닭에 대해서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당초 내년초로 예정된 철도공사 추진일정이 취소된 까닭은 두가지라고
한다.

하나는 통일이 되면 철도공사가 남북철도를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기에
벅차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철도공사 발족에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데
비해 획기적인 경영합리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언제 통일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해결
방안을 찾아야지 지금 공사화를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또한 철도공사화에 따른 예산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나 철도 공무원들의
신분변동에 따른 퇴직금 2,684억원이 이미 내년 예산에 반영되어 있는 등
나름대로 준비가 돼있다.

따라서 철도공사화의 철회 배경은 겉으로 내세운 이유보다는 철도노조의
반발과 내년 4월의 총선을 의식한 민자당의 정치적 결정 때문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그렇다면 이번 당정결정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다시 검토돼야 할것이다.

우선 정부정책이 집권당의 당리당략에 일방적으로 좌우돼서는 곤란하다는
점이 강조돼야 하겠다.

흔히들 경제문제가 정치논리에 휘둘려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민주사회에서 이해집단간의 대립은 결국 선거득표로 조정될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정치적인 고려가 전혀 없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철도공사화 문제는 지난 89년말부터 6년 가까이 추진됐으며 그
과정에서 철도공사법까지 이미 제정된 마당에 집권당의 선거전략 때문에
일방적으로 방향전환이 이뤄진다면 정책추진및 법질서의 뿌리가 흔들리게
된다.

둘째로 공사전환에 따른 문제점에 대한 공개적인 검토와 대책마련이 있어야
하겠다.

한 예로 철도청이 공사화해도 경부선등 3개 노선을 뺀 모든 노선의 적자
운영으로 자립이 어렵다는 철도노조의 주장에 대한 정부측의 대책이
무엇이며,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지 밝혀야 한다.

아울러 감원을 포함한 구체적인 경영합리화 계획및 노조의 반발에 대한
대응방안의 타당성도 따져봐야 하겠다.

이는 철도공사나 체신공사 뿐만 아니라 한국통신 한전 한국중공업등
공기업의 민영화에도 관계된 사항으로서 국제 경쟁력강화를 통한 우리 경제
의 질적 도약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끝으로 이번 결정은 모든 정책의 기획.조정및 시행에 대해 관련자의 책임
범위를 밝히는 정책실명제가 요구되는 시대조류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의 총선을 앞두고 부가가치세 과세특례 대상및 금융
종합과세 배제상품의 무분별한 확대, 관변단체에 대한 예산지원계속등 선심
정책이 봇물터지듯 쏟아지고 있어 국가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정부와 집권 여당은 국가경영을 맡은 책임을 말로만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