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뤼셀=김영규특파원 ]유럽연합(EU)의 신반덤핑규정이 9월1일 발효됐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발족에 따른 새로운 국제무역질서에 대응, EU위원회가
마련한 이 규정은 반덤핑 조사기간의 단축및 방법개선, 담당부서의 조직
확대등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시에 우회수출 방조조항의 적용을 확대하는등 수입규제를 강화하는
다양한 독소조항도 담고 있다.

WTO질서가 허용한 반덤핑이란 무기를 충분히 활용, 역외산제품의 수입급증
을 막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신반덤핑규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조사기간을 단계별로
명시, 그기간을 3개월이상 단축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반덤핑의 조사부터, 확정판정까지 18개월이 걸렸으나 이를
최장 15개월로 줄여 불법 역외품의 유입에 보다 신속히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를위해 해당기업의 현지실사 관련자료의 심의 청문회등을 거쳐 예비판정
을 내리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60일이상 9개월이내로 못박고 있다.

또 유럽업쳬들이 역외산 제품을 반덤핑 제소하면 회원국대표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이를 심의, 덤핑조사 개시를 확정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을
최장 45일로 명시했다.

그러나 EU집행위측은 "15개월은 규정상 최장 소유기간일뿐 가능한 이를
1년 이내로 앞당길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조사방법도 이전에는 현지실사등을 통해 덤핑수출 여부를 확인한후 유럽
업계의 피해여부를 심사했으나 앞으로는 엄핑여부및 피해조사를 동시에
실시한다.

덤핑수출 여부의 결정 절차도 금년부터 회원국 다수결원칙(과거에는 다중
다수결)을 도입, 영국등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국가의 의견에
관계없이 수입규제쪽이 우세할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반덤핑 우회수출 방지조항을 확대 적용키로 한점도 큰 변화이다.

유럽의 반덤핑규제에 대응, 다른나라에서 관련제품을 생산 수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EU가 지난 87년 제정한 이 조항은 지금까지는 역내에서 조립
생산하는 경우에 한해 규제를 가해왔었다.

그러나 새조항은 제3국에서 조립, 유럽에 유입되는 제품이라도 반덤핑제재
를 받은 기업이 생산한 부품을 60%이상 사용했으면 적절한 수입관세를 추징
하도록 제재범위를 확대했다.

예를들어 한국기업이 반덤핑 제재를 받고있는 컬러TV의 경우 유럽내
조립품은 물론 태국등 동남아에서 생산한 제품도 삼성이나 LG전자의 부품을
60%이상 사용했으면 직수출 물량과 동일하게 규제를 받게 된다는 얘기다.

이밖에 반덤핑 잠정관세부과 이전에 수입된 제품에 대해서도 그 수량이
급증했을 경우 90일 이전까지 소급, 잠정관세를 부과 할수 있으며 수출업자
가 반덤핑 관세를 부과, 역내 판매가격에 변화가 없을 경우도 이른바
"반흡수 관세"를 부과할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EU집행위는 나아가 새규정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관련조직을 1국2과
에서 2국4과로 확대 개편하고 인력도 대폭 보강중이다.

해당 부서의 직원수는 지난 6월말 현재 정규직 72명 포함 1백30명 정도
였으나 금년내 57명을 충원하는등 내년까지 2백5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브뤼셀무공의 엄성필 통상정보 담당관은 "반덤핑 조사기간이 짧아지고
인원이 늘어나면 그만큼 반덤핑조사 건수가 늘어날수 밖에 없다"고 분석
했다.

삼성전자 브뤼셀무역관의 김진호통상담당 책임자는 한국산 굴삭기에 대한
유럽의 반덤핑제소에 일본기업이 참여한 사실을 거론, "EU의 반덤핑규제
강화를 틈타 유럽에 진출한 일본 현지법인의 이같은 움직임이 늘어날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한국산제품에 대한 유럽의 수입규제는 WTO의 발족에도 불구하고 보다
강화될 것이라는게 현지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