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인들은 성격이 매우 낙천적인 편이다.

가난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즐겁게 살아가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번 돈을
저축하기 보다는 주말에 가족과 함께 쓰기를 즐긴다.

회사일보다는 가족을 더욱 중시하고 조직문화에는 익숙하지 않다는게
멕시코인에 대한 일반적인 평이다.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이같은 캐릭터를 갖고있는 멕시코인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회사일과 상하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인들과 가족적이면서 낙천적인
멕시코인들이 하나의 기업문화를 만들기가 매우 어렵다.

문화와 풍습의 차이로 한국인들과 멕시코인들간에 갈등이 생길 경우 제품
생산이 제대로 안될뿐만 아니라 노사문제마저 발생하게 된다.

이때문에 한국기업들은 독특한 임금제도와 인사제도를 만들면서 멕시코속에
한국의 기업문화를 심는데 애쓰고 있다.

한국기업들이 멕시코에 공장을 건설한후 맨 처음 부닥치는 어려움은
근로자들의 결근에 따른 생산성 저하문제.가족이나 개인적인 문제등으로
회사를 그만두는 일이 잦고 사전에 어떠한 얘기도 없이 결근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티후아나에 있는 삼성전자 멕시코생산법인은 지난4월 "먼데이보너스"제도를
도입했다.

휴무일(토.일요일) 다음날인 월요일의 결근율이 평소의 두배(4%)에 달했기
때문이다.

월요일 정상조업을 하기가 어려워 주급의 5%를 먼데이보너스로 주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월요일 결근율이 1%로 낮아졌다.

삼성전자는 이와함께 개근상과 만근수당이라는 독특한 제도로 근로자들의
결근율을 낮추고 있다.

3개월동안 한번도 빠지지 않고 근무할 경우 50달러상당의 선물을 주고
6개월 개근은 1백달러,1년개근은 2백달러상당의 제품을 부상으로 정해
놓았다.

만근수당의 경우 매주 결근 지각 조퇴가 없는 근로자들만 받게 했다.

현대정공 멕시코생산법인은 생산성이 높고 결근하지 않은 근로자들에게
임금의 50%에 해당하는 돈을 상여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인센티브방식의 생산성임금제도로 결근율을 낮추면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현재 인건비의 30%정도가 인센티브로 지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정공은 또 조별 라인별 평가제도를 도입하고 조장과 반장등에게
근로자평가권을 부여하는 인사제도를 도입했다.

멕시코인 조장이 조원들을 대상으로 A.B.C.D.E등 5등급으로 나눠 점수를
주면 회사는 이를 토대로 6개월마다 한번씩 인사고과를 하고 있다.

현대정공 노창환품질관리담당차장은 "생산성임금과 인사고과제도 도입이후
근로자들의 생산성과 출근율이 높아졌다"며 "목표생산량을 달성해야 많은
임금을 받을수 있고 승진기회도 얻게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멕시코생산법인은 식대보조금및 무결근 무지각수당과 근속상제도를
도입해 근로자들의 결근율을 낮추고 있다.

식대보조금과 무결근 무지각수당의 경우 한번 결근하면 50%가 삭감되고
두번 빠지면 한푼도 못받게 된다.

이 회사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요일결근율이 높아 월요일 결근에 대해
식대보조금과 무결근 무지각수당의 50%를 삭감하고 평일은 20% 깎았으나
최근들어 월요일 결근율이 낮아지자 평일결근 삭감률을 50%로 높였다.

또 1년동안 개근할 경우 연말에 TV를 부상으로 주고 있다.

LG전자는 이와함께 근로자들의 "생일"과 "어머니날" "연말" "생산목표
달성"때마다 회사에서 파티를 열고 있다.

대우전자는 산루이스시에서 운영하는 기술학교(3개월과정)를 졸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근로자를 선발하고 있다.

"인턴"과정과 유사한 기술학교에서 근무성적이 우수한 사람은 결근율이
낮고 생산성도 높다는 판단에서다.

대우전자는 또 과감한 발탁인사제도를 도입, 1년에 두번씩 우수근로자들을
승진시키고 있다.

임금과 인사제도의 도입이 "하드웨어"라면 사보발간과 여러가지 모임등을
통한 멕시코문화와 한국문화의 접목은 "소프트웨어"로 볼수 있다.

현대정공 멕시코생산법인은 올 3월부터 스페인어로 된 "엔 콘택토"라는
사보를 월1회씩 내고 있다.

공장내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한국 본사소식을 현지근로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사보에는 또 "한국어를 압시다"라는 코너를 통해 한글도 가르치고 있다.

현대정공은 이와함께 매월 첫째 월요일 아침마다 운동장에서 전직원이
함께 모이는 조회를 갖고 애국가와 멕시코국가를 들려주고 있다.

이 자리에서 법인대표가 10여분간 이달의 목표와 회사업무에 대해 설명
한다.

새한미디어는 한국적인 기업문화를 멕시코인들에게 설명해주는 방식의
정신교육을 매달 실시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한국인들이 멕시코공장을 관리하고 있지만 회사자체는 멕시코
회사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면 멕시코인들도 대표가 될수 있다는 점을 특히 강조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근로자생일에 열리는 사원간담회에 대표가 직접 참석해 의견을
듣는 방식으로 근로자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있다.

최고경영자를 직접 대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생일날 간담회는
멕시코사원과 경영진간 의사소통의 기회다.

멕시코 진출초기인 80년대말 한국인들과 멕시코인들 사이에 갈등이 적지
않았다.

현대정공의 경우 89년 노동쟁의로 시련을 겪기도 했다.

멕시코인들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한국의 기업문화를 멕시코에 이식
시키려는 태도가 멕시코인들에게는 "강요"로 비춰지기도 했다.

최근들어 한국기업들이 자사의 임금제도와 인사제도를 멕시코공장에
무작정 도입하기 보다는 현지실정에 맞는 제도를 만드는 것도 이같은 맥락
에서다.

한국기업문화의 이식보다는 "멕시코-한국"기업문화를 만들어야 현지사업에
성공할수 있다는 공감대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 현승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