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폭발적이라는 말로 밖에는 달리 표현하기 힘들만큼 세계 반도체 시장
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90년대 들어서면서 부터 호황이 시작됐으니 4년주기로 반도체경기의
호불황이 반복된다는 "올림픽 사이클"이론 같은 것은 오래전에 통하지 않게
된 셈이다.

지난해 전세계에 걸쳐 판매된 반도체는 1,000억달러 가량, 지난 86년의
270억달러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이런 추세라면 3년 이내에 2,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며 금세기말께는
3,00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무리 찍어내도 수요를 충족시킬수 없는 메모리분야의 수급불균형 현상은
최근 미국의 마이크로 소프트웨어사가 "윈도즈95"를 출하하면서부터 더욱
심화되고 있다.

수요가 폭발하자 세계 곳곳에서 설비투자경쟁이 벌어져 앞으로 2년내에
100여개의 반도체공장이 신.증설되리라고 한다.

일본의 경우 반도체산업에 일본경제의 사활이 걸렸다는 자세로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무모하리만치 설비투자에 열을 올렸던 국내 반도체 회사들은 수요
폭발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변이 없는한 올해 반도체수출은 210억달러(작년 130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고 삼성전자 LG반도체 현대전자등 국내 반도체 3사의 올해 매출도
배가까이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호황에 들떠 있는 지금이야 말로 한국반도체산업의 취약점인 극명한
2중구조에 눈을 돌릴 때라고 본다.

잘 알려진대로 한국은 메모리반도체분야에서는 일.미에 이어 세계 3위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지만 비메모리쪽은 걸음마 수준이다.

지난해 국내 업체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에서 차지한 비중은 21.6%
였으나 비메모리 분야는 1.4%에 그쳤다.

한국 반도체산업의 눈부신 성과가 "반쪽의 영광"으로 폄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은 초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시장의 부침이 큰 메모리분야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탈피하지 못할 경우 한국반도체산업의 앞날은 낙관할수만은
없다.

비메모리 시장은 메모리시장의 배이상에 달하는데다 고부가가치의 이점을
살려 반도체시장의 주력부문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장비및 재료기술의 부족도 큰문제다.

1조5,000억원에 이르는 국내 반도체 장비시장은 88%가 외국 업체들에 의해
장악되고 있다.

국산화율이 40%에 머물고 있는 재료부문도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여기에 반도체설계 등에 필요한 고급인력이 턱없이 부족함은 말할것도
없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지금 햇빛이 쨍쨍할때 건초를 마련해두지 않으면
안된다.

메모리분야에서 긁어모은 돈을 다른곳에 쓸게 아니라 비메모리분야 투자를
늘리고 낙후된 장비.재료.설계기술 수준을 끌어 올리는등 일차적으로 우리
반도체산업의 취약점을 보완하는데 사용해야 할 것이다.

한때 메모리분야의 부진으로 일본에 밀렸던 미국이 비메모리분야의 약진
으로 93년부터 세계1위의 반도체생산국으로 복귀한 것은 시사하는바가 크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