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말 현재 우리나라 총외채규모는 94년말보다 133억5,000만달러가
늘어난 702억달러에 이르렀다.

총외채에서 대외 자산을 뺀 순외채도 올들어 6개월사이 전년말보다
68%나 늘어난 173억달러를 기록했다.

60년대초 국내 저축기반이 취약했던 상황에서 시작한 경제개발은
외자의존적일 수밖에 없었다.

경제성장에 따라 경제규모가 늘어남과 동시에 외채 규모도 늘어났다.

어쩔수 없는 경제개발과정의 명암이었다.

쌓여만가는 외채를 걱정한 나머지 80년대들어 "외채망국론"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85년2월에 치러진 12대 총선의 최대 이슈는 외채문제였고 85년말
총외채는 467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86년부터 3저호황 등에 힘입어 경상수지가 흑자로 반전되자
외채규모는 줄어들기 시작,89년말에는 293억7,000만달러로 감소했다.

또 순외채는 30억달러에 불과해 곧 채권국이 될것이라는 기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한 기대는 90년 이후 국제수지가 다시 적자로 돌아서자 물거품이
될수밖에 없었다.

외채가 늘어나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경기호황을 반영,기업들이 시설재 수입을 늘렸고 연지급
수입기간을 연장하는등 외환자유화가 가속되고 있는 것도 외채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빚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우리는 80년대 중반까지 외채누적이 경제운용에 부담을 준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체험한바 있고 남미 여러 나라들이 외채상환 불능사태에 빠진
사례를 알고 있다.

현재 우리의 문제는 무엇인가.

총외채 702억달러,순외채 133억5,000만달러가 우리 경제규모에 비해서
무거운 것인가,가벼운 것인가.

85년의 총외채 규모는 국민총생산(GNP)대비 51.3%,순외채는 39% 수준
이었으나 94년의 경우 GNP 대비 총외채는 15%,순외채는 2.7%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올들어 외채가 늘어났다 해도 경제규모 역시
늘어나기 때문에 상환부담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볼수 있다.

그렇지만 외채 상환능력이 충분하다거나 외채규모가 건실하다고
자위하고 있을 때는 아니다.

당국은 지난 5월부터 대기업에 대한 외화대출 비율을 90%에서 70%로
인하하는등 외채구조 개선대책을 시행하고 있고 하반기 이후 경기확장세가
둔화되어 외채 증가세는 상당히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관심은 외채증감의 통계풀이에 있지 않다.

국내의 금리가 국제 금리보다 높아 외자가 매력적일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개선하고 또 경상수지를 균형시키는 방안을 찾아내는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외채는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한 늘어나게 돼 있다.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 투자율이 저축률을 상회하고 있다는걸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는 외채규모의 크기를 걱정하는게 아니다.

채권국 진입의 문턱에서 뒷걸음질치게 된 과정을 되돌아보고 거기서
교훈을 찾아내는 노력과 지혜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