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윤 <한국외국어대 교수>

베트남은 1995년 7월28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에 정식으로 가입해
아세안의 7번째 정회원국이 되었다.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외무장관회담에 앞서 기존 6개 회원국과
베트남의 외무장관은 베트남의 아세안가입 선언문에 공동으로 서명
함으로써 어제의 적을 오늘의 동지로 맞아들였다.

6개국 외무장관들은 환영성명을 통해서 "베트남의 가입은 아세안의
발전과 역내평화와 안정및 경제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고 응웬
만 캄(Nguyen Man Cam)베트남 외무부장관도 "기존 회원국들과 선린
우호관계를 강화하고 아세안 회원국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것"임을
다짐했다.

베트남의 아세안가입은 67년 아세안이 창설된후 28년만에, 그리고
84년 브루나이의 가입이래 11년만에 이루어졌다.

이로써 아세안은 향후 현재의 옵서버국가인 라오스 캄보디아 및
미얀마를 받아들여 동남아 역내의 모든 국가를 포용하는 ''아세안10''의
동남아공동체를 실현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가속화할수 있게 되었다.

주지하는 바와같이 베트남은 75년의 공산화통일이후 국토와 국민과
이데올로기를 통일한 여세를 아 전후복구와 경제발전을 최단기간내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그러나 캄보디아 침공, 중월전쟁, 중소화해에 이어 동구사회주의권의
붕괴와 소연방의 해체로 이어지는 통일후 10여년동안 하노이 공산주의자
들은 경제개발이 정치적 통일이나 이데올로기와 동일한 선상에 있지
않다는 확실한 결론에 도달하였다.

이로써 베트남은 86년말 제6차 당대회에서 개혁세력을 이끄는 응웬
반린(Nguyen Van Linh)을 새로운 서기장으로 선출하고 시장경제화
경제개방화및 당정분리를 주안점으로 하는 도이 모이(Doi Moi)정책을
채택하기에 이르렀다.

경제개혁정책을 채택한 베트남은 서방세계와 경제관계를 확대하고
자본과 기술도입을 추구하는 등 적극적인 경제외교정책을 추진해왔다.

이와같은 베트남의 경제외교는 국가경제 회생에 기본적인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나 동시에 절실한 안보외교의 필요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소련의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상실한 베트남으로서는 북경과의 분쟁
으로 더이상의 국력손실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경제재건을 위해서도
안보외교를 통하여 중국과 평화적 관계를 유지해야 했다.

91년1월 모스크바 정부는 하노이에 경제적 군사적 원조를 대폭 삭감
하겠다는 내용을 공식 전달했으며 베트남이 필요로 하는 소련산 물품은
공인된 국제가격으로 수입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지난 70년대 후반부터 하노이측 수입의 80%이상이 코메콘(COMECON)
회원국으로부터 이루어진 것을 염두에 둔다면 코메콘의 해체는
베트남 경제의 파산이나 다를바 없었다.

국민경제의 회생을 위해서는 하노이정부는 서둘러서 미국 일본 프랑스와
아세안국가를 포함하는 다수의 서방국가들과 선린우호와 함께 경제협력
관계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하노이 지도자들은 베트남의 안보이익은 아세안과 화해하는
우회적인 방법으로 보다 더 쉽게 얻을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들은 아세안을 방패로 이용하여 중국의 직접적인 영향력을 감소
시키는데 착안하게 된 것이다.

베트남의 공산화로 강화된 아세안을 동남아조약기구(SEATO)의 재판으로
격하했던 하노이 지도자들은 90년대의 문턱을 넘어서면서 도이 모이
정책의 추진을 위해서 아세안에 적극적인 유화정책을 펴게 되었다.

하노이 정부는 이에따라 1992년 7월 마닐라의 제26차 아세안외무장관회담
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여 지난 1976년 제1차 아세안정상회담(발리회담)
에서 당시의 5개 회원국 국가원수가 통일베트남의 혁명공세를 대비하여
회원국의 결속을 다짐하며 동의했던 우호협력조약(Treaty of Amity and
Cooperation)에 서명함으로써 아세안 가입의사를 명백히 하였던 것이다.

아세안으로서도 인구 7,300만명(1994년)에 100만명의 병력과 무한한
성장의 잠재력을 고루 갖춘 베트남의 동참으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대중국 견제를 통한 지역안보를 강화하는 일석이조의
실리를 챙기게 되었다.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은 현재 98억달러(1993년)에 불과하나 이
나라는 석탄 석유 철광석등 풍부한 부존자원과 여타의 동남아국가들에
비해 성실 근면한 양질의 저렴한 노동력이라는 중요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

서방의 경제학자들은 하노이 정부가 이러한 요소들을 바탕으로 현재와
같은 경제외교정책을 성공시킨다면 10년 내지 15년 이내에 현재의 한국
대만 싱가포르처럼, 그리고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등의 동남아
국가들이 추구하고 있는 신흥공업국 대열에 들어설수 있을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베트남의 경제가 1995~2000년 사이에 연평균 5.9%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 세계은행의 전망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