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신용위기가 습격하고 있다.

버블경제붕괴와 함께 부실채권이 누적되면서 쌓여왔던 금융기관들의
경영불안이 파탄이란 형태로 표면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파탄을 맞은 업체들과 일부중소금융기관들에서는 서둘러 예금을
빼내려는 연쇄인출현상마저 나타나기 시작해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금융기관들로서는 살아남기 위해 체질개선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최대의 위기국면이 도래한 것이다.

중소금융기관들의 파탄은 최근들어 줄을 잇고 있다.

30일 청산결정을 받은 효고은행과 기즈신용조합을 합하면 올들어서만
모두 6개의 금융기관이 해산이란 최후를 맞았다.

이들은 모두 다른 금융기관에 업무를 이양했고 일부는 최근 설립된
도쿄공동은행을 통해 해결을 모색하는 단계에 있다.

특히 효고은행과 기즈신용조합의 경우는 중소금융기관들중에서는
잘알려진 것들이었다는 측면에서 일본사회에 던지는 충격이 대단히
크다.

효고은행은 제2지방은행(구상호은행)중에서는 최대의 큰손으로
30년이상의 상장기업이었고 기즈신용조합도 신용조합에서는 톱레벨의
기업이었다.

이들의 청산은 일본내 금융기관의 경영파탄으로서는 사상최고 수준이다.

이들이 파탄을 맞은 최대의 원인은 불량채권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는데 있다.

효고은행의 경우 총대출금은 2조7천7백억엔을 나타내고 있지만 절반을
훨씬 넘는 1조5천억엔가량이 불량채권이다.

또 이중 8천억엔가량은 회수가 아예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즈신용조합의 경우는 더심하다.

총대출금 1조7백억엔중 80%인 8천억엔이상이 불량채권이다.

이중 6천억엔은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포기한 상태다.

이처럼 대규모 불량채권을 안고 있는 금융기관이 무사히 버텨가기
불가능함은 너무도 확연하다.

은행파산이 가져올 부작용을 알면서도 대장성등이 청산처리를 하지
않을 수없었던 것도 이에 기인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금융기관의 경영위기가 일부에
그치지 않고 업계전체에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는 현상임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기관들의 경영상황을 살펴보면 이들이 얼마나 큰 어려움에
빠져 있는지가 선명히 나타난다.

은행들중에서는 가장 건실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11개시중은행중
에서도 스미토모와 홋카이도척식은행이 지난3월말결산에서 전후혼란기를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11개은행전체로도 총이익이 4백31억에 불과해 전년보다 무려 92.3%나
이익규모가 줄었다.

89년부터 6년연속 내리막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도 실제 이익이 생긴 것이 아니라 보유주식을 내다팔아
장부상 만들어낸 이익에 불과하다.

11개은행은 적자결산을 면하기 위해 지난해 약2조엔의 주식매각이익을
만들어냈다.

시중은행들은 불량채권을 상각키 위해 주식매각등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아직도 불량채권은 공표된 것만도 8조엔이상에 이른다.

그러나 89년말약40조엔에 이르던 주식평가익도 이제는 5조엔선으로
줄어들어 상각을 할 수있는 재원자체도 말라버린 상태다.

전문가들은 금융기관전체로 본다면 불량채권규모가 40조~60조엔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효고은행에 이어 앞으로도 금융기관의 파탄이 계속될수 있음을 뜻한다.

일부에서는 지난 1927년의 소화금융공황이 재래할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버블경제붕괴와 불량채권발생 금융기관파탄등의 과정이 거의 일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장성은 공동은행설립등으로 파산금융기관의 뒷처리를 도모하는
한편 신용위기방지를 위해 예금자들을 안심시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일본금융기관들이 전후 최대의 위기국면에 처해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 도쿄 = 이봉구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