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30일 한국은행 부산지점 지폐유출사건에 대한 감사결과를 최종
확정 발표함에 따라 김명호총재의 사퇴까지 몰고간 이번 사건도 이제
수습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감사원과는 별도로 31일 검찰의 수사결과발표가 예정되어 있지만 이날
감사원발표와는 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박덕문부산지점장(현 계리부장)과 김종태인사부장
(현 금융결제원 상무)등 2명이 구속되고 이창규감사의 해임이 결정되는등
10명의 전현직 임직원이 중징계를 받는등 창립이후 가장 부끄러운
사건으로 기록되게 됐다.

한은은 이제 조직개편과 인사혁신을 통해 하나하나씩 개혁을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경식신임총재도 이같은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을 수술하는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과감한 인사와 의식개혁운동을 통한 체질개선이 우선될 전망이다.

<>.이창규감사해임요구등 부산지점 지폐유출사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처리결과가 발표되자 한국은행은 문책임원이 1명으로 그친데 대해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31일로 예정되어 있는
검찰의 수사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

한은은 특히 김명호전총재가 일요일인 지난 27일 감사원의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전총재의 검찰소환여부에 몹시 신경쓰는
모습을 보였으나 검찰수사가 김전총재의 소환까지는 가지않는 선에서
마무리되는 것으로 확인되자 안도하는 모습.

한은직원들은 그러나 이감사 해임요구등 한은의 관련라인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중징계를 요청한 감사원이 재정경제원의 관련자 3명에
대해서는 경징계를 요구하자 "힘 없는 기관과 힘센 기관은 이럴때
차이가 난다"며 볼멘소리.

<>.이감사의 해임과 구속중인 박덕문계리부장(사건당시 부산지점장)의
면직이 확실시됨에 따라 한은에는 한바탕 인사회오리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이번 사건의 뒷마무리가 끝나는 대로 인사를 실시한다는 방침
인데 인사가 정기인사 예정일(9월 첫째 목요일)보다는 다소 늦춰질
같다는게 인사담당자들의 얘기.

그러나 현재 은행감독원의 수석국장격인 감독기획국장(부장급)자리가
비어있는등 공석이 많은데다 이경식신임총재가 "개혁"차원에서 과감한
발탁인사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인사폭은 창립 45주년만에 최대가
될 전망.

임원후보로는 김원태자금부장 이강남조사1부장 박재준뉴욕사무소장등이
오르내리고 있으나 그동안 한은임원들이 조사부 자금부등 정책부서출신들
로만 채워지는등 "음지"와 "양지"의 구분이 너무 뚜렷한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어 의외의 발탁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 실정.

또 현재 13명의 한은임원중 한석우은감원부원장보(충남)를 제외하고는
12명 전원이 이른바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로 채워져 있다는
점도 임원선임의 고려사항이 될 전망.

<>.특히 이번 인사의 관심사중 하나는 신임감사가 20년만에 비한은
인사중에서 임명될지의 여부.

외부인사가 임명될 경우 한은의 인사폭도 예상보다 훨씬 줄어들게 된다.

한은 감사는 금융통화운영위원회(금통위)의 동의를 얻어 재경원장관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으나 자격에는 아무런 제한을 두고있지 않고있다.

한은 임원중에서 임명하는게 최근의 관례였을 뿐이다.

그러나 지난 76년 재무부출신인 박동희 전서울세관장이 한은감사를
맡은 전례가 있어 20년만에 다시 감사의 외부기용이 이뤄질지 관심.

한 관계자는 "한은 개혁차원에서 감사의 외부기용을 점칠수도 있지만
그렇게 될 경우 이총재와 새 감사가 자칫 "점령군"처럼 인식돼 오히려
개혁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

감사가 내부에서 임명될 경우 이경재이사 편원득은감원부원장보등이
"고참순"으로 거명되기도.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