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지역이 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고 있다.

중국.일본,일본.러시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인도.파키스탄간의
영토다툼등 아시아지역의 근.현대사와 더불어 형성된 분쟁의 불씨들이
한꺼번에 살아나는 모습이다.

특히 남중국해상의 조그만 섬 남사군도를 놓고 중국 베트남 필리핀등
주변 6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며 설전을 벌이고 있는 것은 동남아의
주요 불안정요소의 하나로 꼽힌다.

중국은 현재 이섬에 6개의 항구적인 군사기지를 만들어 놓고 남사군도
에서의 활동을 강화,주변국들이 크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비록 중국이 "기상관측소"내지 "어업기지"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으나 동남아의 안정이라는 측면에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라고 할수 있다.

동아시아에서의 문제는 이보다 더 급박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중국과 대만간의 민족.이념문제이기는 하나 미국과의
관계가 변수로 작용,최근 앞날을 점치기 힘든 지경으로까지 몰려가고
있다.

지난 79년 미국은 대대만 단교조치이후 중국을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해왔으나 지난 6월 이등휘 대만총통의 미국방문을 허용함으로써
"하나의 중국"을 고집해온 중국을 극도로 자극시켰다.

사실 미국의 이같은 중국정책 변화는 최근 중국의 움직임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기도 하다.

중국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란에 원자력 발전소를,파키스탄에
미사일 기술을 공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남사군도에서는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으며 핵확산금지조약의
무기한 연장이 결의된 직후 핵실험을 감행,미국은 이를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대만의 방미허용이라는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대만간 관계가 호전되는 양상을 보임에 따라 중국은 "미.중관계가
후퇴되는 사태까지 발전할수 있다"며 미국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어 중국정부는 지난 15일부터 대만북부 마쭈이섬부근 공해에서 미사일
발사훈련을 감행,"중국통일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으면 무력행사도 불사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고 나설만큼 미.중관계는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지역은 지난 20년간 줄곧 가능성이 큰
잠재시장으로 주목받아왔다.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소비시장확대등으로 많은 외국기업들이
몰려들었다.

아시아는 파키스탄 사막지대로부터 뉴질랜드 남쪽,일본에 걸친 광대한
시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지역은 순탄한 시장과는 거리가 멀다.

많은 전문가들이 아시아를 더없이 평온한 상태라고 분석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지역분쟁들이 협상테이블에서 거론되고 있음에도 불구,불씨들이
아직까지 꺼지지 않고 있다.

아시아내에서 잠복돼있다 최근 불거지기 시작한 이같은 불안정요소는
해당국가들에 상당한 불이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만의 경우 정치적인 불안정상태가 경제활동에 삐걱거리는 요소로
작용해 중국의 미사일실험 감행이후 대만주식이 10%이상 급락,지난
20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래의 황금시장으로 부상하던 이 지역이 최근 영토분쟁이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나 불안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아시아지역내 분쟁당사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이같은 암초를
제거해야만 성장의 길로 복귀할수 있을 전망이다.

< 김지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