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산업연구원 주최 국제 학술회의에 참석한 폴 크루그먼
미스탠퍼드대 교수와 앨리스 암스덴 미MIT교수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신흥공업국의 고속성장과정을 분석하면서 평소의 지론대로
정부의 역할에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크루그먼교수는 정부주도 경제성장의 한계를 지적한 점에서,또
암스덴교수의 경우는 자원이 없는 나라가 수출주도 성장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지난날의 상황을 정당화시킨 점에서 향후 정부의 시장개입
방식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고 하겠다.

크루그먼 교수는 아시아 개도국의 성장이 값싼 노동력과 중간재등
요소 투입량 확대에 의존하는 양적팽창 성장이기 때문에 기술개발이
뒷받침하는 생산성 향상이 없이는 곧 성장의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암스덴 교수는 노동력이외에는 별다른 경쟁력창출 자산이
없는 아시아 신흥공업국의 경우 수출보조금지급등 정부지원으로 단위
비용을 낮춰 수출경쟁력을 유지한 정부개입 방식이 초기 고속성장을
가능케 하였고 앞으로도 연구보조 기술습득 두뇌유치 금융보조등
정부 개입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이 두 석학의 대립된 주장에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정부주도의
양적팽창 경제개발이 한계에 도달했으며 이제부터는 민간주도의
경쟁력강화와 질적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상황에서 장차
정부의 역할과 시장개입방식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것이냐는
점이다.

이것은 지극히 중요한 선택이며 다음 세가지 고려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폐쇄경제에서는 정부가 시장지배자일수 있었지만 개방경제
체제에서는 정부도 시장원리를 따라야 하는 시장참여자일 뿐이다.

무한경쟁의 주체가 민간 기업이라면 기업의 경쟁력은 오직 경쟁에
의해서만 키워져야지 정부의 지원과 보호에 의해 키워질수 없다.

국제규범에 맞지 않는 정부개입 방식을 유지하면서 한국경제가
선진화될 수는 없다.

비효율적인 공기업이 정부의 보호속에 안주하면서 경제전체의 효율을
높일수도 없다.

선진 외국기업과의 경쟁보다 관료주의적 지배와 간섭을 더 힘겨워하는
산업 조직이어서는 안된다.

둘째 WTO체제의 출범과 더불어 국경이 낮아지고 시장이 확대되면
정부의 행정 서비스도 국제경쟁을 해야 한다.

능력있는 사람과 경쟁력있는 기업이 국적에 따른 차별을 받지 않고
한국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우리 시장에서 능력껏 경제활동을
영위할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서비스경쟁을 해야 한다.

셋째 정부의 시장개입은 규제를 도입하는 행정관료의 편익보다는
내용이 투명하고 절차가 분명한 규제의 도입이 시장참여자 모두에게
주는 편익에 우선하여 공개적 합의를 거쳐 이루어져야 한다.

산업발전의 원동력이 기업의 경쟁력에 있고 경제성장의 바탕이
민간의 창의와 자율에 있다면 정부의 시장개입은 언제나 예외적인
경우에 한시적으로만 국한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