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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루몽] (160) 제6부 진가경도 죽고 임여해도 죽고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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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인들에게 일종의 근무지침을 하달한 희봉은 필요한 분량대로
    소모품들과 가장집물들을 나누어주면서 무슨 일을 맡은 누가 무엇을
    타갔는지 일일이 장부에 적어넣게 하였다.

    찻잎 초 닭털 먼지떨이 빗자루 책상보 걸상씌우개 방석 주단 타구
    발디디개등 그 종류가 수도 없이 많았다.

    물건을 받아든 하인들은 자기가 맡은 일을 따라 각처로 흩어졌다.

    희봉이 그런 식으로 하인들의 질서를 잡아나가자 그동안 고질적인
    병폐들이 하나씩 고쳐지기 시작했다.

    첫째, 이전에는 하인들이 어려운 일은 피하고 쉬운 일만 골라 하려고
    요령을 피우는 바람에 어떤 일은 아예 맡아 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제 그런 일은 없어졌다.

    둘째, 하인들이 각방을 돌아다니며 혼란한 중에 물건들이 없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었으나 이제 방마다 책임자가 정해져 있어 그런 분실
    사례는 거의 없어졌다.

    셋째, 얼마전에는 하인이 이 손님에게 차를 따르다가 저 손님에게
    음식을 대접하러 달려가야 하고, 영전에서 문상객과 함께 곡을 하다가
    해로운 손님을 맞이하러 나가야 하는등 어수선하였으나 지금은 할일들의
    경계가 분명히 정해졌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도 차분하게 일들을
    해나갈 수가 있게 되었다.

    넷째, 이전에는 하인들이 일을 하면서도 틈만 나면 게으름을 피우려
    하고 청구서를 거짓으로 만들어 물건을 빼돌릴 궁리만 하였는데 이제는
    그런 빈틈이 있을리 없었다.

    가진이 희봉이 하는 일을 옆에서 지켜보니 흐뭇하기 그지없었다.

    며칠 사이에 집안분위기가 확 바뀐듯 하였다.

    저런 여자를 아내로 두고있는 남자는 얼마나 행복할까.

    은근히 희봉의 남편 가련에 대해서 시기심이 생기기도 하였다.

    멀리 양주로 떠난 가련이 무슨 일이 생겨 돌라오지 않으면 희봉을
    첩으로 맞이할 수도 있지 않은가.

    지금 앓아 누워있는 아내 우씨가 죽기라도 하면 아예 희봉을 정실부인
    으로 맞아들여도 되겠고.

    가진은 제수씨를 놓고 엉뚱한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제어하기위해
    머리를 흔들고 하였지만, 이 세상 어느 남자치고 희봉이 미모와
    일솜씨를 탐하지 않을자 있겠는가.

    그러한 마음의 표현인지 가진은 날마다 사람을 시켜 진귀한 요리를
    만들게 하여 희봉이 기거하는 포하청으로 보내었다.

    희봉도 거기에 대한 담례로 가진과 우씨를 위해 영국부에서 여러
    종류의 죽과 맛있는 반찬들을 만들어 와서 이것저것 설명을 해가며
    권해드리곤 하였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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