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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시론] 금융실명제와 개혁보완..이영선 <연세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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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선 <연세대교수/경제학>

    지자체선거의 패배원인을 지금까지 분석해온 여당은 개혁이 국민에게
    불편을 준때문이라고 보고 실명제를 비롯한 일련의 개혁조치들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명분은 그럴싸하게 들렸으나 그 내용은 오히려 개혁의 방향에 역행하는
    것들이었다.

    다행히 4,000억원 비자금파문이 이 개혁에 역행하려는 의도를 저지시킬것
    같은 예감이 들어 기왕지사 확산된 비자금파문을 잘 규명하여 개혁이
    진정한 의미에서 보완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물론 개혁을 과거의 비리를 캐내는 차원에 머무르게 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개혁은 미래지향적이어야 하며 과거의 문제를 정리하는 것도 미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면 미래지향적 개혁의 요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정의롭고 공평한 규칙을 세우고 그 규칙이 실천에
    옮겨지게 하는 것이다.

    시합의 규칙이 공평하고 또 확고할때 경기자들은 오로지 그 규칙하에서
    열심히 경쟁하여 보다 효율적인 경제적 성과를 누리게 될 것이다.

    실명제가 실행된지 이제 2년이 되었다.

    실명제가 추구했던 변화는 두가지로 요약될수 있다.

    첫째는 금융자산의 주인을 분명히 밝히는 것이었고 둘째는 밝혀진
    주인이름에 따라 공평히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이었다.

    아직 미심쩍은데는 있으나 첫번째 목표는 어느정도 달성된 것같다.

    대부분의 가명과 차명계좌가 실명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자산의 이름을 찾아낸 것 자체가 미래지향적인 변화라고는
    할수 없다.

    이는 단지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것일 뿐이다.

    실명제의 진정한 미래지향적 목표는 공평한 세금을 부과하는데
    있다.

    그 목표는 종합소득과세로 추진된다.

    모든 소득을 같이 취급하여 공평히 세율을 적용함으로써 미래의
    경제사회가 보다 정의롭고 효율적이 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금 실시하려는 종합과세제도는 아직 불공평한 측면을
    많이 내포하고 있다.

    보다 공평성이 확립된 제도로 개혁을 이루어 나가야할 것이다.

    우선 개혁에 역행하려는 주장부터 살펴보자.일부에서는 이제 막
    시작하려는 이자소득의 종합과세가 국민들에게 불편을 준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물론 이자소득이 4,000만원이 넘어야 종합과세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런 주장을 하고있다.

    적어도 이자소득으로 4,000만원을 넘기려면 4억원의 예금이 있어야
    한다.

    현금으로 4억원이상의 자산을 지닌 국민들의 불편을 생각해서 개혁을
    유보하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이 근로소득으로 생계를 이루어가고 있고
    근로소득으로는 4,000만원이 넘지 않더라도 이자소득보다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들의 주장을 동정적으로 보아준다면 다음과 같은 논리를 전개할수
    있다.

    즉 이자소득이 4,000만원을 넘는 사람은 분명히 3,900만원의 이자소득을
    얻은 사람에 비해 불공평을 느낄것이다.

    왜냐하면 이자소득이 4,000만원을 넘을 경우 종합과세대상이 되어
    대략적으로 40%정도의 세금을 물게될 것이나 4,000만원이 넘지않을
    경우 분리과세되어 20%의 세금만 물면 되기 때문이다.

    이는 분명히 불공평하다고 할수 있다.

    4,000만원이하를 분리과세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게 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정년퇴직하고 1억원의 퇴직금을 은행에 예금하여 그 이자로
    생활하는 사람을 생각해보자.어림잡아 년간 이자소득이 1,000만원정도가
    될 것이다.

    물론 약간의 세금 우대혜택을 받을수는 있을 것이나 이사람은 분리과세의
    대상이 되어 20%의 세율을 적용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1,000만원이하의 근로소득자는 대부분 면세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사람의 경우는 오히려 분리과세를 통해 손해를 보게된다.

    오히려 종합과세를 해준다면 면세 혹은 20%보다 낮은 세금만을 내게
    될 것이다.

    결국 많은 이자소득을 얻는 사람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분리과세를
    실시하는 결과 적은 이자소득에 의지하여 생활을 꾸려가는 사람들의
    불편을 크게하는 셈이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특정수준을 기준하여 분리과세와 종합과세를 나눌
    것이 아니라 되도록 모든 소득이 실질적으로 종합과세되게 하는 것이
    공평성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흔히 개혁을 시행하거나 잘못된 일을 바로 잡고자 할때 국가경제가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위협성 발언을 통해 개혁을 저지하려는 의도가
    나타나곤 한다.

    그러나 겁먹을 필요없다.

    실명제실시가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갈 것이라는 위협은 한갓 기우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확고히 실천되는 제도에 국민경제는 적응해 가게 마련이다.

    단지 공평성이 결여되어 있으면 강한 저항이 나타나고 또 그 제도가
    제대로 시행될 가능성도 저하된다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실명제 2주년을 맞아 이득과 불편을 공평히 나누는 개혁이 계속
    추진되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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