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근옥 <대구대교수.보험금융학>

성수대교의 붕괴,대구도시가스폭발사고,그리고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이어지는 대형참사를 계기로 부실공사 방지를 위한 방안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나 구조적으로 미흡한 점이 있다고 판단되어
새로운 시각에서의 위험관리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최근에 발표된 삼풍수사의 결과에 따르면 예상했던 대로 백화점
붕괴의 원인이 설계 시공및 감리등 총체적인 부실에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이 분석한 "허가 따로 도면 따로 공사 따로"가 어찌
삼풍백화점에 국한된 일이겠으며 또한 뇌물거래를 통한 원칙과 정석의
파괴가 어제 오늘만의 일이겠는가.

규제가 많기로 유명한 건설공사이지만 설계에서부터 시작하여 준공및
유지관리상 모든 과정에서 인허가권을 가진 관련기관에 돈만 집어주면
뇌물공여자의 이기적인 의도대로 대부분 해결할수 있는 것이 우리의
풍토라고 한다.

따라서 이러한 잘못된 체질적 관행을 어떻게 차단할수 있는가가
향후 부실공사를 예방하는 해결의 초점이 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며
이제는 감리제도의 강화등 규제적 방안보다는 시장원리에 의한 대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를 통한 부실공사방지안은 현재의 우리 풍토하에서는
환상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정부에 의한 규제는 소비자나 일반 국민을 위한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하기 쉬우나 시카고학파의 경제학자들이 지적하듯이 정부나 정치가들
에게 금력 등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부 이익집단을 위해서 존재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사고 때마다 여론의 눈치를 보며 졸속으로 만들어지는 우후죽순식의
법규제는 상호연계의 부족과 중첩등 전체적 체계도 결여되어 있다.

성수대교 붕괴이후 시설물안전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었고 대구지하철사건
으로 지하철매설물에 관한 법이 논의되고 있으며 삼풍백화점 사건으로
재난관리법이 제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차원의 규제가 강화되면 될수록 불행히도 뇌물액수만 커지게
마련이며 게다가 인재사호구 사고책임자가 재력이 약해 정부의 구상권
행사가 어려워지는 경우에 피해는 국민의 조세부담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형평성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물론 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쩔수 없는 대형자연재해등에 대하여는
상부상조의 정신에서 조세수입으로 정부가 재난피해를 복구시키는 것은
이해할수 있지만 삼풍백화점처럼 돈많은 부자가 돈 더 벌려고 저지른
인재에 대하여 많은 서민을 포함한 일반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문제를
해결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은 이제는 사전적으로 피해야 마땅하다.

이세상 완전한 제도가 있겠는가 마는 위험관리에 대한 경제적 시장논리에
기초하여 시공및 건물에 대한 의무적 보험가입과 함께 사전적 위험관리도
보험의 메카니즘에 맡기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부실방지책이라고 생각한다.

보험은 우연한 사고발생에 대하여 피해액을 사후적으로 보상해 주는
기능을 주로 하지만 보험료는 사고시 보험금으로 지급될 금액을 예상하여
산정하기 때문에 위험관리상 문제가 많아 보험금지급그이 회수나 정도가
클 것으로 예상되면 보험료는 크게 올라가게 되어있다.

따라서 정상적으로 위험관리를 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시공하는 건설회사나
건물주는 이에 상응하는 높은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또한 공사의 설계에서부터 시공 그리고 준공후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위험의 정도를 가장 심각하게 평가할수 있는 조직은 정부의 관리나
감리기관이 아닌 보험회사라고 본다.

왜냐하면 위험관리의 소홀로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액을 보상해야하는
당사자는 보험회사이며 이는 기업경영의 목표인 기업이윤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보험회사가 위험관리상 책임을 소홀히 하면 그 결과로
발생한 피해액은 금전적으로 다 뒤집어 쓰기 때문에 기업생리상
위험관리의 책임을 다하지 않을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보험회사는 금융기관으로서 재정능력이 매우 높으며 필요에
따라 재보험 등으로 위험을 분산시킬수 있기 때문에 피해복구를
사회적 부담으로 전가시킬 확률은 상대적으로 적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