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통신.방송 겸용위성 무궁화호가 마침내 5일 성공리에
발사됐다.

기상악화로 발사가 또 연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돌았던 터라
이날밤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의 발사대에서 힘차게
솟구치는,태극마크도 뚜렷한 무궁화호의 위용을 화면으로 지켜본
우리 국민들의 감개는 더욱 컸다.

무궁화호위성 발사는 우주공간에 떠 있는 수천개의 "인공별"중
하나가 추가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우리로서는 본격적인 위성통신
비즈니스 시대의 첫걸음을 내딛는다는 의미가 크다.

지난 92년과 93년에 각각 발사된 "우리별" 1,2호가 실험용 과학위성인데
비해 무궁화호는 본격 상업용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세계 20번째의 상업용 위성 보유국이 된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위성통신 서비스는 모두 외국 위성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올 연말께부터는 우리도 무궁화호를 활용한 다양한 첨단통신및
위성방송능력을 갖추게 된다.

명실상부한 "통신자주국"의 면모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이번 무궁화호 발사에 광복50주년 축제를 결부시켜 좀 색다른
의미를 부여하고도 있다.

그러나 무궁화호 발사가 진정한 의미의 국민적 축제가 되기에는
솔직히 말해서 아직 이르다.

이번에 발사된 무궁화호 위성에 3,400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들어갔지만
자금만 우리가 댔을 뿐 설계에서 발사,관제시설에 이르기까지 핵심기술은
모두 외국에 의존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비싼 대가를 치르고 확보한 기술을 독자적인 차세대 위성개발과
국내 우주산업발전을 위해 적극 활용하지 못할 경우 무궁화호 사업은
한낱 겉모양만 요란한 "우주 쇼"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세계의 인공위성산업은 경제성이 없어 연구개발단계에
머물러왔다.

실제로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발사된 인공위성 4,500여개중 73%는
실험용 과학기술 위성이었다.

그러던 것이 80년대 중반이후 방송.통신용 위성수요가 급증하면서
현재 이 부문에서만 한꺼번에 160여개의 신규 수요가 대량으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에는 저궤도용 소형 통신위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국내업체들도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을 쏟고는 있으나 기술적
측면에서 아직 걸음마단계에 머물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제 본격적으로 위성통신주권시대가 열린만큼 국내 업체들도
이와같은 산업환경변화를 적극 활용하여 국내외 업체간 제휴를 통한
세계시장진출을 적극 도모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민간기업들과 공동으로 이번 무궁화위성 발사에서
축적된 기술을 이용해 오는 98년까지 아시아새트 등과 같은 상업용
지역통신.방송 위성을 개발,발사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은 그래서
기대가 크다.

세계 위성시장의 치열한 경쟁과 국내 위성산업의 위상을 생각해
볼때 우리가 위성보유국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기쁨에 들떠 있을
수는 없다.

정작 중요한 일은 하루속히 기술자립을 이룩해 "위성기술보유국"이
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