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선거전에서 승리,취임 한달을 지낸 조순서울시장이 파악을
해보니 시정에 60점을 맞아도 다행이라고 한 고백은 더위속에도
정신이 나게 재미있다.

백화점 붕괴 분진속에서 시무를 해야했던 불운이 그로하여금 세계적
메트로폴리탄,신흥한국 수도의 책임을 맡았다는 기쁨아닌 비탄을
토로케 한 것이 마치 모든 자치단체가 안은 현실을 대변한것 같아
걱정이 크다.

더욱이 재정자립도가 높아 선망을 받아온 서울시가 재정상의 어려움을
호소,각종 전시성 공사의 재검토를 표명함으로써 지방자치의 난관을
실감시켰다.

아울러 그는 당면문제의 폭과 깊이를 절감해 정당일에 돌릴 여유가
없다는 대답으로 신당참여에의 반응을 대신,정가에 파문을 던졌다.

신기한 것은 조시장 발언의 여러 대목에서 충격과 함께 그 해답의
단서마저 발견하는 신선감이다.

첫째 과거 고위직 관리의 몸에 밴듯한 근거이상의 호언이나 낙관
자만대신에 현실을 그대로 말하는 진지성을 읽을수 있고,그속에
나아갈 방향도 느껴진다.

거기엔 위의 점수부터 따겠다는 임명직의 속성아닌 시민에 대한
책임의식이 작용했겠고 게다가 신중한 학자적 개성도 반영되었으리라
본다.

둘째 시민위주가 아니라 주로 수도의 체모에 매달린 여러 전시적
공사계획을 경제성과 재정에 입각해 재검토하겠다는 공언이다.

이것이 시민의 안전과 편의로 우선순위를 옮긴다는 전제위에 선다면
타당한 착상이다.

물론 서울은 여느 도시가 아니라 나라의 수도다.

따라서 재정과 주민편익 일변도로 문제에 집착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조시장이 대부분의 기정 대형공사를 일괄 보류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인 점은 우려스러운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종래 건설정책 서울시정이 외관 과시에 치중한 나머지 재정효율은
물론 안전에 소홀했고 부패의 야합이 부실공사를 자초했다고 볼때 비장한
각오는 필요조건이라는데 공감한다.

셋째 서두르면 또다른 사고를 부른다는 의지는 무엇과도 타협하지
말고 버틸 시장의 덕목이다.

단시일내 도시와 국력을 과시하려는 양적욕구로 초속성장의 신화를
창조했다면 이제부터 내실을 다지는 질적욕구로 균형을 추구해야 산다.

넷째 공무원 부패방지와 시민의 주인의식 호소다.

알고도 범하는 모든 적폐의 원인이 부패임을 직시하고 시정에 백벌백계의
철저한 관리가 따르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중수회엔 쌍벌이 철칙이다.

시민의식중 내이익을 위해서라면 매수라도 서슴지 않는다는 아집이
가장 시급히 고쳐져야할 의식이다.

끝으로 신당에 대한 신중한 태도는 관련 정치인을 제외한 보통시민의
광범한 지지를 부를 것이다.

신의도 공천 정당 아닌 자연인에 대해서는 무의미하다.

조시장에게 경계하고 싶은 점은 미리 여건의 어려움을 강조해 책임의
일단을 탕감하려는 저의,지나치게 아집을 발휘하다가 사면초가로 오히려
추진력 마모의 자해를 부르는 우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