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선선한 저녁시간에 드라이브를 나간 적이 있다.

내가 사는 곳이 서울 서쪽끝에 위치하고 있어 조금만 차를 몰아도 곧
한적한 국도를 만날수 있다.

차를 몰아 새로 생긴 인천 고속도로로 진입하기 전 한적한 공터에 "팔도
민속장터"란 게시판이 보였다.

고향이 시골이라 옛정취를 느끼고 싶어 일부러 차를 대고 발길을 옮겼다.

저녁 9시께라 동네 주민들로 제법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시끄러운 음악에 맞춘 "울릉도 호박엿" 장수를 지나치니 한편에 크게
자리잡은 간이음식점외에는 모조리 사행심을 조장하는 놀이들 일색이었다.

직경 5cm 남짓의 정사각형을 500여개 그려놓고 동전 던져넣어 돈따기,
행운숫자 맞혀 돈타기, 풍선을 공기총으로 맞혀 선물타기등 유흥지에서 흔히
볼수있는 사행성 놀이들만이 판을 치고 있어 꺼림칙한 기분을 떨칠수가
없었다.

어떻게 제법 큰 도심지에 그런 사행성 놀이일색의 공간이 버젓이 "팔도
장터"란 이름으로 허가될수 있는지 의심스러웠다.

전수진 < 서울 오류2동 삼진빌라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