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광역.기초 민선 자치단체장들의 취임 한달이 된다.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에 가려 빛 안나는 출범은 했지만 한달사이 펼쳐진
지방자치의 떡잎은 "문제는 있으나 싹수가 보인다"는 긍정쪽으로 기울어
퍽 다행스럽다.

옛날의 부분시행 경험이 있다지만 35년 세월을 고려하면 사실상 첫
경험이나 다를바 없고 게다가 정부의 사전 준비가 너무 엉성해 빈
구석이 허다한 형편에 비춘다면 짧은 기간의 이같은 진척은 나라
장래를 위해 좋은 출발이 아닐수 없다.

아직 권위있는 전문기관의 종합분석이 나올 계제는 아니지만 여러
매스컴을 통해 전국 고루 노출된 광역.기초단체의 크고 작은 편린들은
예상했던 문제점의 부각에 불구하고 무엇보다 뿌리깊은 관의 권위주의
탈피,대민봉사 증진의 기운이 전반적으로 팽배해 있다는 바람직한 변화를
감지하게 만든다.

기대이상 바람직한 싹수가 돋아난 사실은 무엇보다 40여년 대의민주주의
경험위에 싹튼 주권재민과,관은 공복이라는 사상이 뿌리내린데 연유한
것으로서 이는 풀뿌리 민주주의 착근의 가능성이라는 믿음이 간다.

그중에도 드러난 놀라운 현상은 단체장들이 주민에 군림하는 과거
지방관의 권위주의와는 정반대로 자기를 선출해준 주민을 말그대로
주인으로 받들려는 경향의 보편화라 할수 있다.

이런 의식의 변화속엔 중요한 가치척도의 전환이 보인다.

전통적 관료 위계체제의 수정이다.

가령 서기관급 군수는 지사,차관급인 지사는 이제 장관 총리와 철저한
상명하복의 상하관계가 아니라 계급을 떠난 민선 단체장이라는 일종의
새로운 수권의식이 엿보인다.

서울의 구청장들이 시장초청에 불응했다든가,내무장관 순시에 부지사만
보냈다는 종래엔 상상도 못할 사례들이 일어났고 유사한 해프닝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도 틀림없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물론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

그러한 내면적 변화없이 일사불란하게 중앙의 명령에 순종해온 수백년
묵은 체질을 일시에 벗고 말그대로의 지방자치로 전환되기를 기대함은
연목구어다.

그러나 마치 민선은 바로 권력신수라는 식의 과잉의식 또한 경계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일변도적 가치관은 공약의 협의적 이행집착,재선을 위한 선심행정등
행정의 타락을 부름으로써 님비( NYMBY )현상으로 지적되는 극단적
지역이기주의 팽배와 분할주의에 의한 망국을 자초하기 쉽다.

곳곳에서 인기영합에 치중한 거시적 지방사업의 중단,장기정책의
번복이 벌써 실패 사례로 드러나 앞날을 불안하게 만든다.

아직은 눈에 띄지 않지만 지목변경등 이권을 둘러싼 부패의 가능성은
가장 큰 불씨로 내재한다.

한달밖에 안된 성과의 과장도 금물이되 여러 취약점에 대비한 제도의
보완을 남의 일,야당의 일로 보지 말고 차분히 단계적으로 심혈을
기울여 밀고나가는 일은 바로 정부의 책임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