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한도 확대이후 되살아난 증시가 지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조정국면에 들어선 데는 여러가지 배경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종합주가지수 970대에 포진된 매물벽,당일 매매제도나 확대된 신용규모를
바탕으로 장세를 이끌었던 일반매수세의 위축,그리고 외국인들의 매수력
약화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보다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운신의 폭이 좁았다는 것이 더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있다.

일반및 외국인투자자들이 넘겨준 매수바톤을 이어 받지 못해 시장내의
수급공백이 다시 재현됐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기관투자가들의 향후 움직임에 많은 사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이들의 투자전략이 매도우위에서 매수우위로 전환될수 있겠느냐가
일차적인 관심.

기관의 대표격인 투신사들의 경우 7월들어 거래량 사상 최고치를 경신
하는 등 대량 거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순매도로 일관했다.

지난 21일까지 한국 대한 국민등 3투신이 고객들의 투자자금을 운용하는
"신탁계정"과 자신들의 자산으로 운용하는 "고유계정"을 합한 주식매수
규모는 모두 6,938억원어치인 반면 매각규모는 9,599억원어치.

결국 2,661억원어치가 그대로 매물로 연결됐다고 계산할수 있다.

투신의 순매도는 "내코가 석자"라는 현실론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미매각 수익증권을 처리하기 위해 매도규모를 늘렸다"는게 투신사
주식운용부 관계자의 설명이기도 하다.

투신사 고객들이 수익증권 환매를 요청할 경우 해당 펀드에 편입된 유가
증권을 팔아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보통.

그러나 주가가 떨어져 유가증권을 파는 것이 손해일때는 차입금등으로
환매자금을 충당하고 수익증권을 해지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미매각
수익증권이라고 한다.

차입금 이자등을 감안할때 매도처리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3투신의 미매각 수익증권은 6월말 현재 1조2,822억원에서 지난 21일 현재
1조335억원으로 2,400억원가량 감소했는데 순매도 규모와 대강 맞아 떨어져
이런 해석의 타당성을 뒷받침했다.

미매각 수익증권이 다소 정리됐다해도 지난 1월(9,794억원)보다 여전히
규모가 많다는 점에서 물량요인의 가능성은 여전하다.

투신권이 미매각 수익증권도 줄이고 주식도 사들이려면 주식형 상품으로
자금이 많이 흘러 들어야 한다.

그러나 사정은 여의치 않다.

지난 1월말 1조8,000억원대였던 3투신 주식형상품 수탁고는 6월말 1조
4,000억원으로 줄었고 증시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지난 21일 현재는 1조
2,000억원대로 떨어졌다.

금융소득 종합과세가 시행된다해도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보는 펀드매니저는 많지 않다.

모투신 펀드매니저는 "금융소득 종합과세와 관련한 부동자금은 2조원대로
추산되지만 주식형 펀드보다 장기채권에 몰릴 가능성이 높아 수급전망은
매우 갑갑한 편"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주도주 없는 순환매가 지속되며 "감잡기"가 쉽지 않자 기관들이
손을 놓은 것"이라는게 이 펀드매니저의 추측이다.

이런 여건때문에 투신권은 당분간 제한적인 태도를 보일 공산이 크다.

그렇지만 기관들의 시장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이들이 향후 어떤 종목을
사들일지는 여전히 관심사이다.

"감잡기"어려운 최근의 시장흐름이 반영된 탓인지 기관들의 행보도 "내팔
내흔들기식".

한국투신이 은행 건설등 트로이카주와 대우등 저가대형주를 사들인 반면
대한투신은 이동통신 포철등 핵심블루칩과 대한항공 동양나이론 선경
인더스트리등 중가권 블루칩에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기관들의 뒤를 쫓는 전략"으로 짭짤한 수익률을 올렸던 일반투자자들로서
는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두 투신사의 전략배경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보유비중이 낮은 저가대형주에 관심을 가지면서
주가는 내재가치로 회귀한다는 근거하에 우량주를 사들였음을 감안하면
시장대응은 그리 어렵지 않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최근 강력하게 부각되는 M&A관련주등 재료보유주와 저평가돼
순환매를 받을수 있는 종목은 단기적인 관심을, 실적이나 성장성등이 좋은
것들은 장기적으로 대처하는 전략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 할것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와함께 그동안 기관들은 한도확대를 매도기회로 활용해 왔고 올들어
금융 전기기계 철강등은 보유비중이 증가한 반면 제약 고무등은 감소세를
보였다는 점도 투자전략수립과정에서 고려돼야할 부분이다.

< 박기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