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잡이"는 절반의 새로움과 절반의 실패를 양손에 쥐고 있다.

주인공 박대서(박중훈)는 풍자와 역설 사이에서 곡예하듯 흔들린다.

그의 총구는 누구를 향한 것일까.

"여름에 더 강하다"는 김의석감독.

그는 할리우드 대작들의 틈새를 뚫고 92년 "결혼이야기"(52만)와 93년
"그여자 그남자"(24만)를 흥행시켰던 인물.

참신한 아이디어와 풋풋한 웃음이 비결이었다.

그러나 그가 삼성나이세스로부터 10억원을 지원받아 만든 "총잡이"는
전작의 신선함에 비해 아쉬운 점이 많다.

우선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불분명하다.

주인공 박대서(박중훈)는 소심한 샐러리맨과 강력한 슈퍼맨의 역할
사이에서 이리저리 휘둘린다.

결말부분도 싱겁다.

미시족 아내(이화란)는 어색한 표정과 불분명한 발음으로 극의 흐름을
끊어놓는다.

은행강도장면도 억지웃음을 강요하는 부분.

그런데도 이영화는 몇가지 재미있는 요소를 갖고있다.

정신분석학에서 총은 남성과 권력을 상징하는 기호.박대서가 백화점
에서 인질범에 사로잡힌 아내를 구하기위해 총을 쏘는 장면은 중요한
전환점.

매사에 자신없고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그가 실제로 총을 발사함으로써
새로운 정신세계를 체험하는 순간이다.

이부분에서 감독은 컴퓨터그래픽을 도입한다.

총알이 날아가는 과정을 미사일처럼 크로즈업한것.

인물의 성격변화와 극의 반전을 함께 암시하는 대목이다.

제약회사홍보실의 회의장면에 배치한 극중 상품광고기법(PP)도 눈길을
끈다.

애니메이션으로 처리된 이 광고상품은 한국얀센의 두통약 타이레놀.
제작비협찬을 받고 삽입했지만 현대도시인의 단면을 보여주는 극전개
와도 부합된다.

또다른 즐거움 하나.

박대서를 유혹하는 동료여직원 현숙(손보영)의 오피스텔.

호칭에 앞뒤가 안맞는 대목이 나온다.

그녀는 아직 승진하기전인 박과장을 실장님이라고 부른다.

감독의 꼼꼼하지 못함을 탓할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코믹수수께끼를
푸는 재미로 봐도 무방할듯.

( 29일 단성사 씨티 이화예술 경원극장 개봉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