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주택할부금융제도가 내년부터 실시될 전망이다.
이 제도하에서는 주택구입시 주택을 담보로 소요자금을 빌려쓰고
5~20년간의 장기간에 걸쳐 갚게 되므로 주택구입에 따르는 자금부담을
분산시키고 더 젊은 나이에 내집마련의 꿈을 실현할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한 제도라고 하겠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현재 전세보증금회수액,사채,부모로부터의 보조금등
비제도권의 주택구입자금에 의존하고있는 많은 구입자가 제도권의 금융
혜택을 받을수 있게된다.
이런점에서 정부의 할부금융업 허가방침은 반가운 조치지만 그 운영에
있어서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도된 바로는 건설업체를 계열사로 둔 30대그룹사와 대형건설업체
들이 주택할부금융업에 진출하고 소요자금은 주로 일반 회사채를 발행하여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금융중개업과 마찬가지로 주택금융업은 주택자금에 대한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시켜주고 효율적인 자산-부채의 관리( ASSET-LIABLILITY
MANAGEMENT )와 합리적인 경영을 통하여 이윤을 남기는데 그 목적이 있다.
현재 제안된 제도는 그런면에서 몇가지 잠재적인 문제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수신관리의 측면에서 과연 제안된 할부금융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높은 회사채를 통하여 주택자금을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할수
있는가하는 문제가 있고,여신관리의 측면에서는 현재 국내 채권시장의
상황을 감안할때 소비자의 기호를 채워줄수 있는 다양한 주택금융상품의
개발이 가능할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주택시장 운용에 관한 거시적인 문제로 이미 금융중개업의 능력을
가지고 있거나 앞으로 가질수 있는 업체들의 시장참여 기회에 관한
형평성의 문제도 제기될수 있다.
우리나라의 주택시장과 주택금융시장은 한마디로 높은 주택가격으로
인한 서민층의 주택구입난과 이것을 부분적으로나마 해결해줄수 있는
장치중의 하나인 주택 금융의 부재로 요약할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제도권 주택금융은 주택은행과 국민주택기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중 국민주택기금은 18평이하의 소형주택에 대한 융자를 담당하고
있고 주택은행은 18~25평이하의 주택에 대한 금융업무에 치중하고
있다.
이 두기관에 의해서 대출되는 주택자금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의
성향이 강하고,이자율은 시장금리보다 낮은 11~12%선에 머물고 있다.
대출자금의 액수면에 있어서도 약20~25%선으로 미국의 경우 평균80%에
달하는 것에 비하여 매우 낮은 수준이라 하겠다.
이런 현재의 사정을 고려할때 이번에 제안된 주택할부금융업체들은
민간 주택금융의 육성,그리고 40.8평까지 융자대상을 늘림으로써
수혜계층을 넓히는데 그 의미가 있다.
미국의 할부금융하에서 주택구입자는 대출업체로부터 소요자금을
빌리는 대신 매달 원금과 이자를 납부해야 하는 의무를 가짐과 동시에
할부융자에 내재되어 있는 두가지의 옵션을 가지게 된다.
즉 원금과 이자의 잔액을 기한에 앞서 조기상환할수 있는 콜 옵션과
예정된 금액을 납부하지 않고 채권자에게 저당물(즉 주택)을 넘기는
풋 옵션이 그것이다.
미국 민간주택금융제도의 핵심은 위의 두가지 옵션에 따른 위험부담과
장단기 이자율 변동에 따른 위험부담을 연방주택은행과 같은 2차주택금융
시장이나 다른 대규모 자금조달원을 통하여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기관투자가들의 기호에 맞는 여러가지 주택을 기초로한 변형채권을
발행함으로써 주택자금 대출에 대한 이자율을 낮추고 경기부침의
영향을 적게 받는 안정적인 자금공급에 있다.
현재 미국에는 약 9,000개가 넘는 민간주택금융업체가 소비자에게
매우 다양한 주택금융상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이들의 연간대출총액은
약 1조달러(1993년)에 달한다.
이들 미국의 대출업체들은 일반적으로 네가지 방법에 의해서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저축성 또는 요구불예금 <>개별업체에 의한 소매적 자금조달 <>
Federal Home Loan Bank 와 같은 중개기관에 의한 대규모 자금조달
그리고 2차주택금융시장으로의 대출채권 매각등이다.
현재 미국에서의 추세는 2차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 기관에 의한 주택채권화 정도는 약 55%에서 65%에 달하고 있다.
위의 네가지 방법과 비교해볼때 현재 추진중인 국내 주택할부금융업체들은
주로 두번째 방법(더 구체적으로는 회사채발행)을 통하여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미국의 주택대출전문회사와 비슷하나 미국의 경우 이들은
융자자금을 대부분 2차금융시장을 통해서 조달하므로 소비자에게 싼
이자율을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택할부금융업체들의 자금조달에 있어서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이와같은 2차금융시장의 설립을 고려할수 있겠으나 이는
고도의 금융운영기법과 경험을 요하는 관계로 민간주택금융시장의
성숙과 채권시장발달에 보조를 맞추어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그러나 중단기 정책으로는 위의 세번째 방법과 같이 2차금융시장의
설립 대신 대규모의 자금중개기관을 통하여 채권시장에서 도매적인
자금조달을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수 있다.
이런 경우 2차금융시장설립에 요구되는 여러가지 시장하부구조가 덜
요구되고 도매자금동원으로 인하여 자본비용을 줄일수 있는데 미국의
Federal Home Loan Bank 가 그 예라고 하겠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은행을 그와같은 Whole - sale 자금조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수 있다.
마지막으로 주택금융업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또 하나의 방법은 경영의
혁신으로 인한 비용의 감소다.
요즘 미국에는 약 한달이상 걸리던 대출심사기간을 전산화와 인공지능등을
이용하여 단 1~2일로 줄이는 연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출업무에 따르는 거래비용을 줄이고 소비자에게 낮은
비용으로 주택자금을 빌려줄수 있게 된다.
이와같은 경영혁신에 의한 비용감소는 대개 기업간의 경쟁에 의해서
가능하므로 시장진입에 따르는 장벽을 과감하게 제거하는 정부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