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달러회복세가 주춤하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라면 달러는 지금쯤 달러당 90엔선으로 회복돼 있어야
한다.

달러는 지난주 한때 89엔선선을 돌파,초저달러(슈퍼엔고)의 분기점인 90엔
고지의 탈환도 시간문제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달러는 지난주 중반부터 다시 하락, 87엔까지 밀렸다가 26일 현재
겨우 88엔선에 턱걸이하고 있다.

이로써 달러는 지난 3월초이후 5개월이상 달러당 80엔대의 초약세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달러가 이처럼 80엔대에서 장기간 머물러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달러강세를 원치 않는 탓이다.

달러강세를 바라지 않는 미국의 분위기는 여러번 감지됐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지난 4월의 미언론과 정부의 태도였다.

당시 달러가치가 전후처음으로 80엔밑으로 폭락했을 때 각국언론들은
"달러위기"로 규정하면서 난리법석을 피웠다.

하지만 당사국인 미국은 남의 일인양 초연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이나 뉴욕타임스 CNN ABC등 미국을 대표하는 신문과 방송
은 단지 짤막하게 사실만을 전달하는데 그쳤다.

달러가치가 떨어지면 수출경쟁력이 커져 경제에 득이 된다는 생각에서
달러폭락을 심각한 문제로 보지 않는 미국의 분위기가 여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일부 미언론과 정부관리들은 심지어 이 상황을 달러위기가 아닌 엔위기로
규정할 정도로 달러가치상실을 담담하게 취급했다.

그렇다면 저달러는 과연 미국의 정치.경제에 별다른 악영향을 주지 않는가.

수출확대라는 득만 있고 미국의 대외영향력이 줄어드는 것과 같은 실은
무시해도 좋을 만큼 미미한가.

이에대해 최근 미국의 저명한 학자가 반론을 제기, 관심을 끈다.

예일대의 다이앤 쿤츠교수는 달러가치추락을 역전시킬 결정적인 조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세계의 달러질서가 와해되면서 미국의 대외영향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미정부가 달러약세를 무역수지개선과 관광수입확대라는 긍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단견에 빠져 있다고 비난했다.

미정부가 달러가치를 시장메카니즘에 맡겨두는 자유방임적 달러정책을
바꾸지 않을 경우, 2차대전 종전과 함께 시작된 달러시대는 50여년만에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쿤츠교수는 냉전기간중 미국이 안으로는 번영, 밖으로는 안보를 누릴수
있었던 것은 <>국내경제정책 <>대외안보정책 <>달러역할증대를 중심으로 한
대외경제정책등 3요소가 공동작용한 때문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금은 그러나 달러폭락으로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달러의 중심역할이
위협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포린어페어스지 최신호에서 달러약세가 몰고올 부정적 결과를 크게
4가지로 지적했다.

먼저 달러약세가 장기화되면 달러화로 표시돼 있는 국제원유가격이 달러
엔 마르크화등을 혼합한 통화바스켓제도로 전환될 우려가 있다.

이미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일부국가들은 원유수출가격의 기준통화를
달러유일체제에서 통화혼합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두번째는 달러약세는 미정부의 국채 수익률을 오르게하고 그결과 재정적자
가 더욱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달러가치가 하락하면 미유가증권에 대한 외국인들의 선호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국채가를 낮춰야(수익률을 높여야) 채권을 소화시킬수 있다.

세번째는 달러약세로 미국과 우방들간의 연대약화가 초래될수 있다.

미국은 달러약세로 인해 정치.경제적으로 유리한 국제환경을 조성할수
없게돼, 우방국들과의 관계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달러약세가 지속되면 각국의 외환보유고와 국제무역결제에서
차지하는 달러화의 비중이 낮아질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지위는 그야말로 끝장이 나고 만다.

쿤츠교수는 이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 미정부가 달러가치를 적정수준
으로 회복시킬수 있는 정책을 펴야 된다는 충고로 결론을 내고 있다.

< 이정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