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조선 시프린스호의 좌초로 인한 해양오염사고가 시간이 흐를수록
심각의 도를 더해 가고 있다.

시프린스호로 부터 유출된 기름띠는 현재 반경 25km까지 번진 상태며
남서풍과 동북방향의 해류를 타고 경남 충무해상으로 계속 확산되고
있다 한다.

그러나 사고현장인 전남 여천군 남면 소리도 인근해상은 사고발생
3일째인 25일까지도 체계적인 기름제거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오염해역은 현재 인근 안도와 연도는 물론 금오도와 광양만 일대의
공동어장으로 까지 확대됐으며 효과적인 기름제거작업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은 물론 부산 앞바다까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시프린스호에는 원유 62만배럴(8만3,000t)과 연료유로 쓰이는 벙커C유
1,400t,벙커A유 100t 등이 실려 있다 한다.

25일 오전 현재 누출되고 있는 기름이 원유인지 연료유인지 확인되지
않았으나 해경 등은 연료유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설령 연료유라 하더라도 유조선이 사고이후 7차례나 폭발했고
또 언제 다시 폭발할지 모르기 때문에 원유가 누출될 위험성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만약 8만3,000t의 원유를 적재하고 있는 시 프린스호의 원유탱크가
파손돼 기름이 쏟아져 나올 경우 지난 89년 미국 알래스카 해안의
생태계를 초토화시킨 엑슨 발데스호 오염사건처럼 대형 환경재앙이
초래될 우려를 배제할수 없다.

또 오염수역은 남해안은 물론 동해안까지도 온전할수 없게 된다.

사태의 심각성이 이만저만이 아닌만큼 사고를 조속히 수습.피해를
극소화해야겠다.

먼저 가능한 장비와 인력을 동원하여 확산되고 있는 기름띠를 제거하고
좌초된 시프린스호의 인양을 서둘러야 한다.

시프린스호에 남아있는 기름을 다른 유조선으로 옮겨 싣는 방법도
생각해 볼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것은 사고의 수습을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겨서도 안된다는
점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 복구와 경우에 따라서는 보상문제 등에까지
신속한 사고수습이 필요하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25일 오후 관계장관회의를 갖고 대책을
논의하는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조선의 원유탱크가 파손되는등 사태악화에 대비,재난관리법에
의거한 특별재해지역선포등의 방안도 고려할만 하다 하겠다.

이와함께 기름유출사고를 예방할 근본적인 대책을 차제에 생각해야겠다.

이번 사고에서도 짙은 안개와 높은 파도때문이라기는 하지만 기름띠
확산을 막는 오일펜스설치등 "초동진화"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확산속도가 더 빨리졌다한다.

또 해경이 악천후만을 이유로 기름제거 작업을 소홀히 했으며 관계당국도
사고선박을 조속히 예인하지 않는등 사고초기에 적극적으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현지 어민들의 비난을 귀담아 들어야겠다.

연안어장은 한번 오염되면 이를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93년9월27일 전남광양만 유조선 충돌사고 당시엔 불과 1,000여t의
뱅커C가 유출됐는데도 수백억원의 피해를 내고 기름제거에만 3개월이
걸렸음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