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데리코 V 막달레나 <동남아학회 연구원>

피델 라모스 필리핀대통령이 민다나오섬을 보스니아에 비유할 정도로
민다나오섬은 회교도와 기독교간의 전면적 종교전쟁 위기가 높은
지역이다.

현재 이 섬의 회교계 말레이시아인인 모로족의 정치적 자치는 필리핀
정부와 모로족 민족해방전선(MNLF)간 평화협상의 주제가 되고 있다.

이 섬의 23개성중 5곳만이 회교도 우세지역이지만 MNLF는 13개성과
이 성안의 모든 도시를 자신의 고국이라고 주장하면서 독립정부 수립을
위해 투쟁을 벌이고 있다.

회교도가 득세하는 지역에서는 최근 예전보다 더 과격한 유괴 살인등의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민다나오섬에 회교정부 설립을 요구하는 단체인 ''잃어버린 사령부(로스트
코맨드)''의 두목인 아부 사야프는 지난 4월 이 섬의 이필시에서 100명의
기독교도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그의 목에는 5만8,000달러의
현상금이 걸려있다.

국민들은 그대로 내버려둘 경우 엄청난 종교전쟁으로까지 발전될
가능성이 있는 이들의 만행이 개인차원의 탈선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전문가중에는 이들 과격단체들이 규모가 작고 활동범위가 제한되어
있는데다 회교도 내에서조차 대중적 지지를 못받고 있는 점등을 들어
지방과 국가의 안위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악명높은 아부 사야프의 경우도 행동반경이 바실란과 술루, 타위타위
지방에 한정돼 있고 다른 지역에서 활동을 했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그러나 이들 이슬람 과격단체들이 서로 연합하게 될 경우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 모두에게 위험스런 존재가 된다.

현재는 무시해도 될 정도로 이들 조직이 소수에 불과하지만 아부
사야프의 행동이 미화될 경우 다른 젊은이들까지 나쁜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으며 기독교인들도 죄없는 회교도를 대상으로 보복에 나서게
되면 문제는 커진다.

수천명의 기독교도와 회교도의 목숨을 앗아갔던 지난 70년대초의 유혈
충돌이 재발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것이다.

만약 분쟁을 야기시키는 소수가 평화를 사랑하는 다수의 기독교도와
회교도에게까지 전염된다면 민다나오섬은 또다른 보스니아가 되고 말
것이다.

필리핀 국민들은 전쟁을 막기위해 MNLF와 정부가 예방조치를 취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민들은 MNLF와 정부군이 과거에 보여줬던 나쁜 이미지로부터 벗어나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게만 되면 국민들은 폭발직전에까지 이른 민다나오의 분쟁이
종교전쟁으로까지 발전하지 않으리란 확신을 가질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