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하락 부동산가하락 엔고등이 겹쳐 디플레현상마저 나타나기 시작했던
일본경제에 희미하게나마 한줄기 햇빛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일본경제에 희망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것은 증시와 외환부문.

우선 증시의 경우는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기만했던 주가가 서서히 회복
무드를 타고 있다.

도쿄증시상황을 대표하는 닛케이평균주가는 21일 전날보다 1백35.67엔 오른
1만6천5백89.09엔을 기록했다.

이달초 1만4천3백3엔까지 하락하면서 9년만의 최저치를 경신했던 때에
비하면 15%이상 상승해 있다.

최근의 증시회복세는 거래량도 동반하고 있다.

도쿄증시의 거래량은 약2주간에 걸쳐 연일 4억주를 넘어섰다.

아직은 기관투자가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지만 일반투자자들의 시장참여도
서서히 늘고 있어 닛케이평균주가가 조만간 1만7천엔선을 탈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환시장의 경우도 초강세를 거듭해오던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 있다.

21일의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88.69엔을 기록했다.

한때 70엔대까지 접어들었던 데에 비하면 10%가량은 하락해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엔화가 조만간 90엔대까지 후퇴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주가와 환율이 호전되고 있는 것은 지난 7일 미일양국정부가 동시에
저금리유도정책을 발표하면서 외환시장에도 개입했던데에 크게 힘입은
것이다.

엔화는 지난 4월 일본은행의 재할인율인하도 비웃으며 상승가도를 줄달음
했으나 이달초의 기습적조치를 계기로 기세가 꺾였다.

실제적으로도 일본의 금리는 최근 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콜금리는 물론 CD도 6개월물까지가 모두 1%이하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저금리유도정책이 미일에서 동시에 실시됐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대일적자를 줄여야한다는 취지로 엔고를 방치해왔던 미국이 80엔대전반수준
까지의 엔고는 원치않고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일본의 경제침체가 세계경기를 저해할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경기가 더 나빠질 경우 기관투자가들이 미국내자산을 매각, 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태도변화의 배경에는 대중관계악화란 요인이 숨어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등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 중국을 고립시킬 필요가 있다"(캔벨
미국방차관보대리)는 발언등이 미국의 태도변화를 잘 나타내 준다는 지적
이다.

필름등의 분야에서 아직도 미일통상마찰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투자가들이
엔매각으로 기울고 있는데는 이같은 배경이 있다.

일본의 기관투자가들도 최근엔 엔저가 더욱 진전될 것으로 판단, 선물거래
를 미루고 있다.

그러나 증시와 외환시장이 호전추세를 보인다해서 일본경제가 쉽게 살아
나리라고 속단하기는 어렵다.

증시의 회복세나 엔화약세가 경제전체에 충분한 활력을 주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이고 실물부문역시 여전히 침체상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경제지표들은 대부분 어둡다.

유효구인배수는 0.65선에 그쳐 일자리를 찾는 사람 1백명중 자리를 얻을
수있는 사람은 65명에 불과하다.

완전실업률은 3%이상수준이다.

광공업생산지수 제조업가동률등은 90년의 80~90%선에 그친다.

반면 재고지수는 1백10이상이다.

백화점판매실적역시 버블붕괴후 지속적인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가 회복국면에 있다고 줄기차게 주장해 오던 정부와 일본은행도 최근엔
"바닥을 다지고 있는 상태"로 분석을 수정한 상태다.

그러나 증시와 외환부문이 호전되면 일본경제가 도움을 받게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수출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다소 회복하게 되고 경제의 악순환고리가 차단
되는 효과도 기대할수 있다.

문제는 최근의 추세가 과연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이어질수 있느냐는
점이다.

[ 도쿄=이봉구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