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노사분규에 대한 조정결정을 내리면서 임금인상률과 해고자복직
문제까지 조정안을 제시,노동계에 파문을 던지고있다.

18일 부산지법과 각급 지방지방노동위원회에 따르면 부산지법 울산지원
민사1부(재판장 박창현부장판사)가 지난7일 현대정공 울산공장이 노조측을
상대로 낸 "쟁의행위금지 가처분신청"에서 가처분신청의 기각여부를
미룬채 노사쟁점사항에 대한 조정안을 제시함으로써 조정행위의 타당성을
놓고 논란이 일고있다.

재판부는 이공판에서 "노사는 회사측의 임금인상안에 합의하고
해고근로자처우문제는 노사교섭을 통해 해결하라"는 직권조정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은 당장 구속력은 없지만 노사일방이 2주일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않을 경우 판결로서의 효력을 가지게 된다.

노사문제에 대한 이같은 법원의 조정행위는 전례가 없는 것으로서
향후 노사분규 해결방식의 변화와 관련,주목되고있다.

노사분규 해결을 위해 법원에 소송이 집중될 경우 현행
노동쟁의조정법상의분규해결절차와 중복이 됨으로써 오히려 혼선이
초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의 민정식부위원장은 "지금까지 법원은 노사분규에서
비롯된 민사.형사상의 분쟁만 다루어왔다"며 "가처분신청에 대해 법원이
노사쟁점사항의 중재역을 맡고 나선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당혹감을 표시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한관계자도 "법원이 법적판단을 뒤로 미룬채
지방노동위원회의 고유기능을 침범했다"며 "앞으로 노사분규가 생길때마다
사법부가 조정행위에 나설 경우 정당한 쟁의절차와 노사자율해결원칙은
모두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행 노동쟁의조정법과 교섭관행은 노사의 자율교섭을 원칙으로 하되
쟁의가 발생할 경우 지방노동위원회의 알선 조정 중재,중앙노동위원회의
긴급조정으로 이어지는 해결절차를 밟도록 돼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번 결정이 노동계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고 판단,
대책회의를 갖는등 상당히 당황하는 분위기이다.

경총의 조남홍부회장은 "울산지원의 결정은 노사분규를 풀어나가는
기존 제도나 관행과는 다소 동떨어진 행위"라며 "경총차원에서 대응책을
논의하고있다"고 밝혔다.

부산지법은 그러나 울산지원의 결정에 대해 민사조정법상 "화해"의
형식을빌린 조정으로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있다.

한편 법원이 제시한 조정안에 대해 현대정공노사는 지금까지 이의를
제기하지않고있으나 조정결정에 대해 서로 "아전인수"격인 해석을
하고있어 최종협상타결은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회사측은 울산지원의 조정안을 받아들여 임금협상체결후 해고자처우
문제를 논의하자는 입장이나 노조측은 임금인상과 해고자복직문제의
일괄타결을 주장하며 부분파업등으로 맞서고있다.

< 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