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이후 우리경제의 전망이 썩 밝지 못해 적절한 정책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같은 판단의 근거는 실물경기의 연착륙 가능성이 낙관적이지 못하다는
점과 우리경제의 구조개선을 위한 정책과제가 별로 진전되지 못한 채 쌓여
있다는 사실이다.
KDI는 잠재성장률과 실제성장률(국내총생산기준)의 격차인 초과수요압력의
추정결과를 바탕으로 국내 경기정점이 올 3.4분기말에서 4.4분기중에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경기정점 추정은 대부분의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예측한 내년
상반기에 비해 다소 빠르지만 그 자체가 반드시 나쁜 소식은 아니다.
경기순환에서 상승국면이 있으면 하강국면이 있게 마련이다.
문제는 경기확장국면이 경기안정 국면으로 순조롭게 전환되는 경기의
연착륙을 낙관할수 없다는 점이다.
실물경기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장률이 급격하게 낮아지지
말아야 하며 물가 금리 환율 등의 경제지표가 안정돼야 한다.
지난 93년초부터 시작된 이번 경기상승의 주역은 중화학부문의 수출증가
이며 이어서 94년부터 민간기업의 설비투자확대가 본격화됨에 따라 경기
확장이 가속화되었다.
그러나 경기과열을 우려한 정부의 외화대출축소등 설비투자억제로
설비투자증가율이 올 2.4분기 26.9%,3.4분기 17.5%,4.4분기 12.9%로
축소될 전망이다.
이처럼 설비투자가 조정되더라도 수출증가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괜찮겠으나 유감스럽게도 우리실정은 그렇지 못한 형편이다.
왜냐하면 설비투자의 60% 이상이 생산능력확장에 투입됐고 특히 올해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합리화및 연구개발투자의 비중은 지난 91년 이후
최저치를 보일 전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수출제품의 국제경쟁력은 여전히 엔고현상과 같은 외생적인
요인에 크게 좌우될 전망인데 최근 달러당 엔화환율이 90엔대에 육박하는
등 엔고추세가 상당히 완화돼 수출확대를 낙관하기 어렵다.
생산성향상을 통한 경쟁력강화가 미미하고 엔고추세의 완화로 수출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워도 내수경기의 활성화가 경제성장의 급락을 막아주는
완충역할을 할수 있다.
구체적으로 건설투자의 경우 사회간접자본및 비주거용 건설이 활발하며
올 민간소비 증가율도 지난해의 7.4%보다 훨씬 높은 8.5%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물가불안과 경상수지 적자폭의 축소라는 한계가
있다.
내수경기를 통한 경기부양의 부작용은 이미 지난 80년대말에 경험한바
있거니와 KDI는 물가상승 압력이 내년 상반기까지 증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한 올해말까지 14% 안팎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시중금리도 경상수지가
크게 개선되지 않으면 본격적인 하향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아파트 미분양누적과 건설업체의 부도위험,돌발적인 해외경기 악화,
물가불안잠재 등 도처에 깔린 불안요인을 적극적으로 뚫는 길은 역시
생산성향상과 산업구조고도화 뿐이라는 결론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