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93년 10월11일.

충북상호신용금고에 경영지도요원 2명이 파견됐다.

은행감독원의 검사결과 사주대출 1백51억원, 동일인에 대한 한도초과대출
15억원등 1백66억원이 불법대출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재무부의 지시를 받아 파견된 지도요원은 전국상호신용금고연합회 부장
1명 과장 1명.

이들은 우선 사주 민병일씨(57)의 골프장부지 충주지점빌딩 나대지등
재산에 대한 담보권을 설정에 들어갔다.

하지만 담보액수는 불법대출액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약90억원뿐.

액수가 부족하기는 하나 그나마 최악의 경우 불법대출을 회수할수 있는
안전판이었다.

경영지도를 시작한지 1년남짓뒤인 지난해 11월.

은감원의 검사가 또 실시됐다.

경영지도중인 금고에 대해선 연1회 검사를 하는게 원칙이기 때문이다.

검사결과는 사주대출이 62억원으로 줄어든 대신 동일인여신한도는 오히려
1백23억원이나 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위규대출금액으로보면 1백85억원으로 93년9월 은감원검사때보다 19억원이
늘어난것.

즉 사주가 동일인여신한도규정을 어겨가며 타인명의로 빌린 돈으로 차입
원리금을 갚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재무부(현재경원)는 이처럼 불법대출을 다시 불법대출로 메꾸는
위규사실을 모른체했다.

공동관리라는 특약처방 대신 계속 소극적인 경영지도만 하도록 했다.

은감원검사 한달뒤인 지난해12월. 재무부는 신용금고에 대한 특별감독권을
신용관리기금에 이관한다는 방침에 따라 충북금고에 대한 경영지도를 신용
관리기금에 넘겼다.

신용관리기금이 경영지도를 나간지 7개월만에 사건은 터졌다.

신용관리기금이 특별검사의 첫케이스로 충북금고를 선정, 지난5일 특검을
시작한것.

검사결과 민씨가 예금유용과 콜거래조작등 모두 6백10억원을 횡령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재경원은 신용관리기금의 검사착수 이틀뒤인 7월7일 뒤늦게 충북금고에
대한 공동관리명령을 내렸다.

이처럼 뒷북치는 신용금고 감독사례는 이번 충북금고뿐만이 아니다.

부산의 조흥금고가 대표적인 케이스.

83년8월 이금고는 실질사주 이정우씨가 부외차입등으로 1백54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신용금고연합회의 공동관리를 받았다.

그렇지만 불과 3개월뒤에 재무부는 이씨의 경영관여금지조건을 명분삼아
공동관리명령을 철회하고 경영지도로 감독을 한단계 약화시켰다.

그후 이회사는 무려 12년동안 지금까지 위규대출을 거의 시정하지 못한채
형식적인 경영지도를 받고 있다.

지난93년8월 은감원검사에서도 위규대출잔액이 36억원이나 남아 있었다.

이처럼 경영지도를 받아도 허술한 감독을 틈타 위규대출을 일삼는 신용
금고도 문제지만 감독당국도 예외는 아니다.

충북금고와 부산조흥금고의 사례에서 보듯 감독체계 자체가 별 실효성이
없다는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신용금고의 감독체계는 은행감독원의 일반검사, 신용관리기금의 경영지도및
특별검사 재경원장관의 공동관리명령등 3단계로 돼있다.

은감원에서 1~2년에 한번 검사를 받아 위규대출금액이 자기자본을 넘으면
신용관리기금의 경영지도를 받는다.

경영지도중인 금고와 부실의 위험이 있는 금고는 신용관리기금의 특별검사
를 받게돼 있다.

자력으로 경영정상화를 이루기 힘들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재경원장관의
공동관리명령이 내려진다.

이같은 감독체계는 엄격하다고 볼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경영지도기간중에 사주대출이 빨리 회수되지 않고 있는데다 공동관리의
기준이 명확치 않다는 점에서다.

경영지도요원에게 의심나는 부분을 샅샅이 훑어볼 검사권이 없는데다
이런걸 아는 금고도 비협조적이니 효율적인 감독과는 거리가 멀다.

공동관리도 마찬가지다.

재경원이 뚜렷한 기준없이 그때그때마다 정치적으로 공동관리명령을 내고
있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관계자는 "충북금고도 위규대출금액이 늘어난 지난해말에 이미 공동
관리를 했어야 했다"며 "감독당국이 공동관리여부를 정부고위층(?)의 압력에
의해 결정하는것 같다"고 꼬집는다.

금고의 위규대출금액이 자기자본의 일정배수를 넘으면 무조건 공동관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 최명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