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불안이 또다시 경제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세계경제대전의 파고를 넘기위해서는 정치권이 앞장서 국민적 에너지를
총집결시켜도 어려울 판에 한심하게도 정치불안이 경제활동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6.27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재계는 일손을
놓고 정국풍향에 촉각을 곤두세워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내년4월의 총선및 97년의 대통령선거 등으로
이어지는 정치시즌이 예상밖으로 빨리 열렸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인
것 같다.

기업이 기업본래의 일을 젖혀두고 정치권의 변화가 몰고올 이해득실
만을 저울질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기업 자신은 물론 국가경제 차원
에서 볼때 큰 손실이 아닐수 없다.

경제계가 이처럼 정치권의 지각변동에 긴장하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우선 국회가 제기능을 하지 못해 국가의 크고 작은 일들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처리되지 못하고 변칙적으로 국회밖에서 돌출하고 처리
되는데 따른 불안이 경제계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어제 끝난 제176회 임시국회만 해도 지방선거후 처음 여.야합의로
소집된 국회였기에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했었다.

그러나 정계개편움직임에 가려 아무런 관심도 끌지 못한채 정국주도권
장악을 위한 여.야간 신경전 무대로 끝나고 만 느낌이다.

재난관리법등 몇몇 민생관련법 제정외에 고작 해놓은 일이라고는
갈라먹기식 선거구획정과 시대착오적인 "자도주의무판매제"를 도입한
주세법개정 정도였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이 모양이니정치권이 요동칠 때마다
재계가 줄대기등 "정치보험"을 들기위해 이눈치 저눈치를 보아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사실 정국변동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할수 없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정계의 지각변동만 놓고 보더라도 그 결과에
따라 경제력집중억제를 골자로 하는 정부의 대기업정책및 공기업
민영화정책등이 바뀔 수도 있다.

또 통신사업등 주요산업의 개편방향이 달라질수도 있는 것이다.

그럴 경우 기업은 투자계획을 비롯해 전반적인 경영계획을 다시
짜야 함은 물론이다.

정국불안이 재계에 미치는 영향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정국주도권 싸움이 장기화될 경우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국회공전
행정공백 물가불안 노동계의 정치세력화 등은 기업경영환경을 경직화
시키게마련이다.

정치권의 움직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경제계를 향해 "정경
유착의 타성"이라고 비난할수만은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4대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르고난 직후인 올하반기에 우리 모두가
우선적으로 관심을 두어야 할일은 "안정"이다.

정부의 국정지표가 "안정속의 개혁"으로 바뀐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지금처럼 정치가 경제에 계속 주름살을 안겨주는한 안정이란 말은
입에 올리기조차 쑥스럽다.

경제안정을 위해서는 정치안정이 필수적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