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문 <한은 수원지점장>

1975년에 594달러에 불과하던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94년에
8,483달러로 무려 14배가 늘어났고 금년에는 1만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작년기준으로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어선 나라는 30여개국.이가운데
산유국을 제외하면 대다수가 선진국들이며,신흥공업국중에서는 싱가포르가
89년에,그리고 대만이 92년에 이미 이러한 나라들의 대열에 들어섰다.

이웃나라인 일본은 84년에 처음으로 1인당 소득 1만달러를 넘어섰는데
당시 일본은 소득 1만달러의 돌파와 함께 선진국의 지위를 굳혔다.

OECD 가입과 소득 1만달러 시대의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로서 일본의
소득 1만달러 돌파당시의 여러경험들은 좋은 교훈이 될것으로 생각된다.

일본은 80년대에 들어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생산의 고도기술 집약화에
성공하여 자동차,전기 전자 기계등 주요업종에서 구미선진국들과 대등한
경쟁력을 갖게 됐다.

특히 80년말 256K램 세계 처음으로 개발하여 84년에는 반도체칩 생산량에
있어서 미국을 추월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 당시 국민들의 의식구조를 살펴보면 일본 총리실이 실시한 국민생활에
관한 여론설문조사 결과 일본은 소득 1만달러 돌파 전년도인 83년부터
물질적 풍부함보다는 마음의 풍요로움을 중시하는 풍조가 가속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장래보다는 현재를 중시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여성인력들이
시간제 고용의 형태로 고용시장에 대거 진출했다.

이러한 생활풍조의 변화에 편승하여 소비는 82년부터 다양화,고급화되는
경향을 뚜렷이 나타내었으며 해외여행도 85년이후 증가속도가 더 빨라졌고
특히 20세이하 여성들의 해외여행이 크게 늘어났다.

주택건설에서도 실질 단위공사비가 85년부터 현저히 상승하였으며
별장용 아파트나 주택수요가 증가하고 독신자및 15~29세의 인구층을
겨냥한 소형 고급 임대주택이 크게 늘어났다.

한편 소득 1만달러 시대에 있어서 일본의 지역경제정책을 살펴보자.

사실 소득 1만달러시대와 지역경제 활성화간의 연결고리를 찾기는 어려운
것이지만 이 당시 일본이 겪었던 지역경제의 위축과 이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전후 고도성장기에 있어 일본은 각 지방정부가 경쟁적으로 기업을
유치함에 따라 지방경제권이 발달되어 경제의 지방분산화가 어느정도
이루어졌으나 73년 제1차 오일쇼크이후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사정은
많이 달라졌다.

기업들이 신규사업에 진출하거나 사업확장을 꺼린데다 엔화 강세이후
일본기업들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시키면서 기업유치가 어려워졌다.

이와는 반대로 도쿄는 금융자유화,엔화 국제화등에 힘입어 금융
정보 통신 교육 의료 문화등 사회전반에 걸친 집중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의 해결을 위해 일본은 전국적인 고속교통망을 확충정비함과 아울러
각 지방의 대도시를 그 지역의 금융및 정보 서비스센터로 육성하는 한편
각 지역의 개성에 맞추어 각종 이벤트를 개최하고 지역 특산품과
레저산업을 적극 육성하였다.

또한 노령화가 진전된 농촌지역에 대해서는 기계화에 의한 저가
대량생산 추진 또는 무농약 유기생산의 야채및 과일생산등과 같은
차별화전략을 구사하였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소득 1만달러시대에 일본에서 나타난 현상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미래보다 현재의 풍요로움을 즐기고 소비및 주택수요가 다양화
고급화해가며 산업면에서는 우리나라가 256메가램을 세계에서 처음
개발하였고 경제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것 등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지금 우리나라가 도달한 1만달러의
가치와 84년 일본이 도달한 1만달러의 가치에 크게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비단 일본 뿐만아니라 과거 1만달러를 처음으로 돌파하던 때의 주요
선진국들의 예에서도 마찬가지다.

우선 GNP에 대한 사회보장 부담비율이 미국(78년)의 경우 6.7%,영국
(86년)이 6.8%,독일(78년)이 15.3%,프랑스(79년)가 16.9%,일본(84년)이
8.1%로서 94년중 2.6%에 불과한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

그 밖에도 의사 1인당 인구수,주택보급률,승용차 보급률이 크게
뒤떨어지며 여가시간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러한 면들을 살펴볼 때 우리나라가 소득 1만달러 시대에 진입한다하여
너무 앞서나가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은 성급한 판단인 것 같다.

오히려 근검절약을 확산 지속시키고 열심히 기술개발 투자에 전념하는
겸허한 자세를 견지하며 사회복지에도 좀더 관심을 두어 삶의 질을
높여주고 일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만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계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이와 더불어 지역경제정책에 있어서도 1만달러 시대에 걸맞게 좀더
다양화되고 독자성이 있어야 하겠다.

우선 60년대 후반 일본의 지역경제정책과 같이 지역특성에 맞는
레저산업을 육성하고 지역특산물을 개발하는 한편 노령화가 진전된
농촌지역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 등의 자생적 지역발전전략을 추진해야
하겠다.

또한 지방재정을 튼튼하게 해주는 기업의 역내유치를 적극 추진하여야겠다.

기업의 역내유치를 위해서는 각종 연구소의 유치,인프라스트릭처의 건설
등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사실은 노사분규가 심하다거나,
공장부지가 비싸다거나,기업에 대한 규제가 너무 많다거나 하는등의
이유로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들을 지방정부가 앞정서서 붙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에 있어서 경쟁대상은 국내 지방정부 이외에도 외국의
지방정부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