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참사 보름째를 맞은 13일.사고 수사를 맡은 서울지검은 "삼풍악몽"에
아직도 온 국민이 몸서리를 치고 있는 가운데 공교롭게도 이날 성수대교
붕괴사고의 전모를 파헤친 "백서"를 내놓게 돼었다.

그 사고원인이 붕괴양상과는 달리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어 9개월이
지난 지금에서야 백서가 책으로 나오게 되었고 그 바람에 발간시기가 삼풍
참사와 겹쳐지는 불행을 빚고 말았다.

"성수대교 붕괴사건 원인규명감정단 활동백서"로 이름붙여진 이 보고서는
4백7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내용의 대부분이 감정단의 감정보고서에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백서의 의미와 성수대교 붕괴사건의 충격을 상징적으로 나타내
주는 부분은 다른 곳에 있다.

책 뒷표지에 새겨있는 당시 대통령의 담화문 요지와 책 머리의 발간사가
그것이다.

담화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지난 21일 아침에 있었던 성수대교사건과 관련하여.저는 대통령으로서
저의 부덕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뒤이어 김영삼대통령은 희생자가족에 대한 위로를 전하는 한편 사고의
원인과 향후 대책을 명확하게 짚어나간다.

"이번 사건은 일어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며 우리사회의 총체적인
병리현상을 대변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계기로 정부는 우리안에 도사리고 있는 모든 위험을 점검
하겠다".

대통령은 나아가 "중간관리층의 자기개혁"과 "적당주의"의 근절을 통해
안전하고 항구적인 시설물을 후손에 물려주자고 호소한다.

책머리의 발간사 역시 책 뒤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대통령 담화문과 마찬
가지로 이 백서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최영광서울지검 검사장 명의로 된 발간사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아울러 이 책자가...이 땅에서 부실공사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선진건설
한국을 이룩하는 하나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에 대한
백서도 발간 될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