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30여시간만에 들린 사람의 소리였다.

"여기 사람있어요 살려주세요" 암흑같은 콘크리트더미를 뚫고 올라온
생명의 소리였다.

11일만의 기적적인생환.모든 실종자가족과 구조대원들의 기대가 거의
꺼져갈 무렵 최명석씨는 사랑하는 가족과 우리품으로 돌아왔다.

일요일인 9일 아침 전국은 최씨의 극적구출 소식으로 환호의 물결을
이뤘으며 지쳐가던 현장의 구조작업에 다시 생기가 붙기 시작했다.

최씨의 구조소식을 접한 서울교대의 실종자가족들은 "내 자식,내
누나도 살아있을 지 모른다"며 말라버린 눈시울을 다시 적시고 말았다.

<>구조순간

최씨가 구조된 것은 생존이 확인된 지 1시간50분이 지난 이날 오전
8시20분.

콘크리트더미속에서 나온 최씨는 2백30여시간을 빗물과 종이상자를
뜯어먹으며 버텼다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건강한 모습이었다.

최씨는 외견상으로도 약간의 찰과상만 입었을 뿐이었다.

구조대는 갑자기 지상으로 올라올 경우 최씨의 시력이 상할 것을 우려,
최씨의 눈을 가린 뒤 조심스럽게 밖으로 끌어냈다.

최씨는 눈을 가린 수건이 자신의 코와 입을 덮어 숨이 가쁜 듯 손으로
수건을 걷어올릴 정도로 의식이나 건강상태가 모두 양호했다.

구조대가 최씨를 들것에 올려 구급차에 밀어넣자 주조대와 자원봉사자들은
하나같이 "하늘이 도왔다"며 박수로 환호했다.

최군을 실은 119구급차는 쏟아내리는 빗줄기를 뚫고 인근 강남성모병원
으로 달려갔다.

같은 시각 서울교대 강당에서 사체가 수습되기만을 기다리던 실종자가족
들은 "아직도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는 울부짖음이 터져나왔다.

<>발견.생존확인

구조반이 A동 에스컬레이터 부근 철근콘크리트속에서 최씨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감지된 시각은 오전6시30분경.

구조대의 교대근무가 막끝난 시점인 이때 김명완씨(31.도봉소방서
119구조대원)는 빗줄기 속에서 희미한 사람의 소리를 들었다.

김씨는 장대비소리가 워낙 크게 들려 잘못들은 것으로 착각했으나
곧이어 다시 사람의 소리를 감지했다.

김씨는 동료대원 김만선씨(31)와 함께 손전등을 들고 소리가 난쪽으로
가 포크레인작업으로 드러난 조그만 구멍속을 비쳐봤다.

구멍크기는 사람주먹 두개가 겨우 들어갈 정도였다.

김씨는 구멍에 귀를 귀울이고 다시 소리가 나기를 기다렸다.

"여기 사람있어요"라는 믿기지 않는 소리를 들었으나 믿기지 않아
손전등을 더욱 깊숙히 비췄다.

그러자 최씨가 뭔가로 콘크리트를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고 김씨는
"생존자다"라고 외쳤다.

<>구조작업

최씨가 생존해있다는 보고를 접한 대책본부는 즉각 잔해제거작업을
중단하고 구조대를 투입했다.

구조대는 먼저 유압절단기 산소용접기 해머드릴등 장비의 사용으로
콘크리트파편가 용접불덩이가 최씨에게 쏟아질 것에 대비,구조대옷과
담요를 넣어줬다.

이어 구조대는 최씨의 머리윗부분을 해머드릴로 조심스럽게 갈아낸
뒤 철근을 산소용접기로 절단,가로 60cm 세로 1백20cm크기의 구멍을
냈다.

구조작업이 본격 시작된지 약 1시간 20여분만에 최씨의 몸이 지상으로
올라왔다.

<>응급진료.건강상태

강남성모병원에 도착한 최씨는 8시45분께 20여명으로 구성된 의료진의
진료를 받은 뒤 곧바로 3층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김민철원장은 "최씨의 혈압 맥박 엑스레이촬영등의 기본검사를 해본
결과 모든 것이 거의 정상이었다"며 "1주일쯤 치료를 받으면 퇴원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별취재반>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