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들을 살리고 콘크리트더미에 묻혀버린 한 사원의 의로운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아직까지 시신조차 발견되지 않고 있는 문창호대리(37).
삼풍백화점 반도패션대리점장이던 그는 어린 여직원들을 대피시키다
무너지는 건물과 운명을 같이 했다.
이 회사는 그의 "살신성인"정신을 기리는 기념비를 만들어 본사와 주요
직영점에 세우기로 했다.
그룹측도 "인간존중상"을 신설해 수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패션은 또 문대리의 "짧고 굵은" 삶을 담은 비디오를 제작해 전계열사
에 배포키로 했다.
시신이 발견되는 대로 회사장을 치를 예정이다.
문대리는 금호동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건실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동료들은 그가 올4월 입사 10년만에 대리로 승진해 "이제 결혼만 하면
어머님이 좋아하실 것"이라고 즐거워했다고 그를 떠올렸다.
어머니 윤갑선씨(60)는 아들을 목놓아 부르다 지난 1일 실신해 주위사람들
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문대리는 사고당시 붕괴 20여분전인 오후5시30분경 붕괴조짐을 느끼고
3,4층을 오가며 직원 16명을 모두 대피시켰다.
문대리의 희생으로 살아난 삼풍매장근무자들은 사고직후부터 사고현장과
인근 병원을 헤매고 있다.
"빨리 뛰어"라고 외치던 그의 큰 목소리가 아직 잊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
이다.
< 권녕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