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민 <제일경제연 책임연구원>

일본이 7월1일부터 "제조물책임법(PL법)"을 시행하는 반면 미국은 금년중
입법화를 목표로 PL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제조물 책임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조물책임( PL:Product Liability )이란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그 제품의 소비자 이용자 제3자 등이 생명 신체 또는 재산상의 손해를
입었을때, 제조물의 생산자 판매자 수입업자 등 상품의 제조 판매에
관여한 자가 발생된 손해에 대하여 배상을 하는 강화된 소비자 보호제도
중의 하나이다.

미국은 60년대에 제조물책임법을 도입하여 각 주마다 판례법으로
운영하고 있으며,EU회원국들도 88년 이후 각 국별로 시행하고 있다.

필리핀 호주 중국에서는 92년 이후 입법화되었고,일본도 오랜 갑론을박
끝에 PL법을 도입하였다.

다만 PL법의 시행 역사가 가장 오래된 미국에서는 의회가 기업의
생산성 제고를 이유로 소비자 피해보상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PL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최고 배상한도를 치료비와 휴직기간 중의 급여를 포함하여
실제 손해액의 두배에 해당하는 금액과 25만달러 중의 큰 금액을
선택토록 하고있다.

또한 제조후 20년 이상 경과된 제품에 대해서는 PL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개정안 지지자들은 소비자와 생산자,더 나아가 국익을 위해 개정이
시급하며 소비자입장에서도 손해만 보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즉 현재 보통 3년여 걸리는 보상금 지급이 앞당겨질수 있고,이 금액
중 상당액이 변호사에게 가는 문제점도 시정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미기업이 외국 경쟁사에 비해 소비자 피해보험료로 지출하는
비용이 최고 50배나 많다는 점도 역설하고 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PL개정법안이 기업을 위한 것이며 법안 통과시
기업이 이를 얼마든지 악용할 소지가 있음을 적시하고 있다.

일례로 미교통부는 지난5월 안전벨트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약 840만여대의 차량을 대상으로 사상 두번째 규모의 리콜(회수수리)을
실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기할 점은 이같은 조치가 소비자들로부터 539건의 불만 제기와
47회의 부상 발생을 접수한 후에야 결정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PL법의 도입 논의가 확산중인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요컨대 미국의 PL개정법안은 과중한 책임보험비용 및 소송비용 등
기업의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방향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또한 외국의 제조업체에 대해서는 책임부담을 강화시킴에 따라 상품신뢰도
열위 국가들은 대미 수출에 있어 새로운 부담요인을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압축하면 결국 상품의 결함만 입증되면 제조자가
모든 책임을 지는 무과실 책임주의는 소송건수의 증가,거액 배상금의
발생으로 경영압박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제조자의 부담감소와 사회적 총비용의 최소화를 위해 기업이
제조물을 고의.과실 등으로 잘못 만들었을 경우에만 손해배상한다는
논리가 등장한다.

이에 반해 진정한 고객지향적인 고객만족을 위해서는 양질의 제품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보다 안전한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논리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면서 논의를 가열시키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기업측면에서는-PL법의 시행 여부와 관계없이
-제조물책임의 발생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지할 수 있는 체제를 사전에
구축하는 것이 최상의 대책인 것으로 판단된다.

원론적으로는 제품사고의 미연 방지인 PL예방(PLP : PL Prevention)과
사고에 대처하는 PL방어( PLD : PL Defence )의 2가지가 있으며,
무게중심은 PLP에 놓이며 PLP중에서도 제품의 안전성 제고에 역점을
두는 제조물안전( PS : Product Safety )이 핵심이다.

바야흐로 제조물책임에 있어서 PS지향적 상품은 기업과 소비자 국가
모두에 유익하다는 점을 음미해 볼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