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자금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자체선거가 끝난뒤 기업들이 자금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터에
은행금리가 잇달아 오르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통화환수는 없다"의 통화당국의 얘기를 믿지 못하는 것도 불안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통화당국은 자금시장전망을 비교적 밝게보는 분위기나 재계는 이에대해
반신반의다.

때문에 기업들은 당국의 통화환수가 본격화되기전에 자금을 확보하려고
애쓰고 있다.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등 통화당국에서 하반기 자금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크게 두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6.27지자체선거때 돈이 풀리지 않아 선거뒤 통화를 긴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란 것이다.

실제 6월들어 선거운동기간인 25일까지 풀린 돈은 5천9백64억원이었다.

선거가 없었던 작년 같은기간중 풀린 돈(8천64억원)보다 적은 규모다.

둘째 경기가 진정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해부터 활황세를 지속해온 국내 경기가 지표상으로 이제 고개를 숙일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 여기에 통화까지 긴축운용할 필요는 없다"(김원태
한은자금부장)는 지적이다.

경기가 과열상태라면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통화를 긴축운용해야 하나
지금은 그럴때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은은 따라서 시중금리를 대표하는 회사채유통수익율이 당분간 현재수준
(14.6~7%)보다 더 오를 이유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달중 회사채발행예상규모(순증기준)가 5천1백62억원으로 작년 7월의
8천2백82억원보다 크게 줄어든데다 하반기들어 총통화증가율을 16%(12월
평잔기준)로 운용한다해도 지난해(14조원)보다 1조원 많은 15조원가량
공급된다는 점도 자금시장을 안정시킬수 있는 요인으로 해석한다.

금융기관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손완식 중앙투자금융상무는 "기업들이 선거후 과감한 시설투자에 나설것
같지는 않다"며 "그렇다면 기업들의 자금수요는 확대되지 않을 것이고 자금
시장도 안정세를 보일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기업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통상 기업들의 투자집행은 하반기에 집중되지만 올해도 역시 자금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하다"(이연희한솔제지자금부장)는 입장
이다.

어쩌면 9월 추석을 전후에 또 한차례 자금한파가 몰려올 것이란 전망도
많다.

일부에선 회사채수익율도 연14.5%아래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며 조만간
연15%를 넘을 가능성도 많다고 예상한다.

기업들이 하반기 자금전망을 불안하게 보는 것은 "기업의 투자"라는게
고무줄처럼 필요할때마다 줄이거나 늘릴수 있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기업들의 투자계획은 장기적으로 수립된다. 일시적으로 자금집행을 연기할
수는 있지만 계획자체를 축소하기는 힘들다"는 재계관계자들의 말처럼 이미
추진중인 사업은 계획대로 돈이 들어갈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기업들은 자금이 들어갈데는 많은데 비해 돈 구하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중 기업들은 회사채발행을 통해 4조7천4백55억원을 조달했다.

이는 작년 상반기(4조8천7백20억원)보다 줄어든 규모다.

증권시장에서 유상증자를 통해 3조6천억원을 조달했다.

작년보다는 1조2천억원 늘어난 규모이나 증시침체로 인해 예상에는 훨씬
못미치는 수준이다.

기업들은 또 당좌대출금리의 실세연동등으로 은행돈을 빌리는데 애를 먹고
있다.

해외로부터의 자금조달도 통화증발을 걱정하는 정책당국의 만류로 쉽지많은
않은 실정이다.

결국 기업들이 한정된 국내 자금시장에서 투자재원을 조달하려면 금리는
오를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 경우 자금시장 또한 평온하지만은 않을 것이란게
재계의 견해다.

통화당국과 재계의 엇갈린 전망중 어느게 맞을지는 두고 볼일이다.

그러나 자금시장이 안정되기를 바라기는 모두 한마음이다.

당국의 현실성 있는 통화관리가 어느때보다 기대되는 시점이다.

< 육동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