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57회 동기생들이 혜화동 진성고등학교 교정을 떠난 지도 어언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고교시절의 같은 반,동일대학 또는 업종별로 비조직화된 교류를
계속하고 있던 우리들의 결속은 92년 석광무역(주) 정우섭사장이
동기회장에 취임하면서 본격적인 광역화및 집중화가 시작되었다.

정사장이 추진한 친목사업은 여러가지 였는데 다양한 취미써클을
통한 정기적인 모임의 주선이 그중 하나였으며 골프동호인의 모임
또한 예외없이 구성되었다.

그때 난 10여년을 근무하였던 국민투자신탁(주)를 취직하고 국내외
합작으로 금융기관을 신설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다.

조직에 몸담고 있을때 보다는 조금 시간적 여유가 있는 편이었기에
벼르고 벼려 왔던 골프를 막 배운 시기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 배운지 한 달도 안되어 필드 나들이에 나선 만용을
만용인지도 모르는 나에게 동기생들을 동반라운딩을 통해 말없이 골프의
ABC를 가르쳐 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졸업후 길게는 20년 수년간을 연결없이 지내다가 중년이 되어
만나 친구도 있었기에 더욱 그러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80대 중반을 넘지 않은 정교하면서도 장타자인 골프회 총무 선양실업
김상한사장의 "골프란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번 홀의 부패가 다음 홀에도
영향을 준다면 오늘 너의 골프는 틀렸다" 영원한 맞수로서 보기 프레이를
하는 역곡 손안과 손병무원장의 "꾸준한 연습을 하지 않고서 어떻게
스코어가 좋아 질수 있겠니? 그건 한마디로 욕심이야", 싱글 골퍼인
(주)한조 신태영전무의 "티 오프 시 18홀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설계한 후에 여섯 홀 단위로 운영과 실적을 점검해 보아라",또 다른
싱글 골퍼인 삼희기획(주) 김영수전무의 "골프는 스코어가 아닌 매너의
게임이야"등등.

우리는 매월 네 번째 토요일 연후 또는 일요일에 통상 4~5팀이 만나고
있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가능한 한 참가하고 있는데 최근 법인,인수,
국제등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마음과는 달리
자주 빠지게 된다.

초심자인 나를 친구사이가 아닌 모든 사람들과 골프를 즐기수 있도록
인내해준 동기생들의 모임이기에 이유 불문하고 자주 빠진다는 사실이
미안할 뿐이다.

과거의 나와 같은 초심자들이 간혹 새롭게 골프회에 모습을 보인다는
얘기를 들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함께 라운딩하지는 못할 지라도 항상 57 골프회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을 가슴으로 느끼고 있음을 이 지면을 통해 알려으면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