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자당 ]]]

6.27 4대 지방선거결과는 민자당에 가장 큰 충격파를 던져줬다.

3당합당이래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선거참패에
대한 민자당의 반응은 충격적이다.

민자당은 지난 92년 대선과 총선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했던 대구 대전
강원 충남 충북 제주를 고스란히 야당에 넘겨줬고 서울에서는 3위를 기록
하는 수모를 당했다.

게다가 이번 선거를 정부여당에 대한 사실상 중간평가로 삼은 유권자들의
심판을 수용할수 밖에 없게 됐다.

빠른 시일내에 정국수습과 분위기쇄신을 위한 "카드"를 선택, 국민앞에
내놓아야만 하는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당장 9개월 앞으로 닥쳐온 내년 15대 총선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당정
개편등을 포함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게 민자당 관계자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당관계자들은 내년 총선에서도 지금과 같은 지역분할구도가 재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으로의 선거가 대다수 지역에서 야권이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치러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민자당은 이번 선거에서 지역할거타도와 세대교체를 목청껏 외쳤지만
유권자들이 야당측의 중간평가쪽에 무게를 실어주면서 이런 외침이 한낱
공허한 메아리로만 남게된데 대해 가장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특히 민주 자민련등 야권은 정부여당이 "일방통행"해 오던 권력의 집행
과정에 내달부터는 적극 참여할수 있게된데다 지역등권론과 내각제개헌등
"접점"을 놓고 연대와 제휴를 강화, 대여협공의 고삐를 바짝 죄올 것이
분명하다.

이에대한 딱부러진 해법찾기도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것 같다.

더군다나 선거결과를 놓고 당지도부에 대한 인책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어
민자당은 이래저래 곤경에 처해 있다.

대다수 당관계자들은 선거참패의 원인을 잘못된 공천에 두고 있다.

그런만큼 공천을 주도해온 이춘구대표와 김덕룡사무총장이 주된 타깃이다.

이대표는 선거운동기간중 지구당위원장들에게 득표할당제를 내세워
신상필벌을 강조했으나 자신의 출신지이자 여당이 지금껏 한번도 진 적이
없는 충북에서 패했다.

김총장의 경우 최형우의원의 입김을 받아들여 후보를 결정한 충북과 강원
에서 완패했다.

경북도지부위원장인 김윤환정무장관도 경북지역이 고전한데 대해 일단의
책임이 있다.

경북지역 기초단체장선거에서 23석중 겨우 7석만을 건졌다.

그러나 이보다 화급한 과제는 대구 경북 대전 충남.북 강원등 "지역할거"의
영향권내에 있는 지역출신 민정계의원들의 동요조짐이다.

특히 자민련등 야권에서는 이들에게 손을 뻗쳐오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공화계의 이탈에 이어 민정계와 민주계의 불안한 "동거"가 깨질
가능성이 없지 않으며 이 경우 민자당은 걷잡을수 없는 내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민자당의 향후 진로는 전적으로 김영삼대통령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한다.

김대통령은 현재로서는 선거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위기때마다 정면돌파방식을 택해온 김대통령의 행보를 감안해 볼때
정계재편을 시도할 공산이 크며 일부 "대오이탈자"에 관계없이 의중대로
밀어부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 김삼규기자 >

[[[ 민주당 ]]]

28일 마포 민주당사는 온통 선거승리를 만끽하는 분위기였다.

이기택총재를 비롯한 당직자와 당원들은 "서울에서의 승리는 곧 총선,
대선의 발판"이라며 집권의 꿈에 부풀어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겉모습과는 달리 민주당내부에는 기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지역등권론을 앞세운 DJ(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측근세력들과 이에 반대하는
KT(이총재)측간 알력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선거직후 벌어지고있는 계파간 반목현상은 8월로 예정된 당권경쟁을 앞두고
더욱 첨예화 될 것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의 장래와 관련해 커다란 관심을
끌고 있다.

우선 이번 선거에서 사실상 정계에 복귀한 DJ의 "다음 포석"이 무엇이냐에
촉각이 모아져 있다.

당내에서는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위력을 확인한 DJ가 당내문제에 대해
더욱 노골적으로 개입할 것이라는게 일반적 시각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DJ가 KT를 앞세운 그간의 "위탁경영"체제를 마감하고
동교동 측근인사를 전면에 내세우는 "직할체제"를 채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DJ는 이미 KT를 버렸다는게 당내 정설이다.

동교동측은 이총재가 그간 당내분을 조장해 왔고 이번 선거에서 경기.인천
을 놓치게된 결정적인 이유를 제공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DJ가 KT를 버릴 경우 정대철.이종찬고문등이 후임자로 거론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DJ의 8월 당권복귀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DJ는 최종 목표점인 대권고지를 향해 보다 신중한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DJ는 이번 선거에 대한 여권의 반응, 정계개편 향방등을 보아가며 15대
총선을 전후해 자신의 구상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내각제 기치를 내건 자민련 김종필총재와의 연대 가능성
은 충분하다.

DJ-JP간 연대는 그러나 당분간 전면적인 연합이 아닌 제한적 연대의 성격을
가질 것이라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DJ가 내세운 지역등권론을 전면 반박하고 나선 이총재와 이부영.노무현
부총재등 "차세대 주자"들의 거취 또한 관심의 대상이다.

이들의 정치행보는 선거후 정치권에 예상되는 정계개편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총재가 DJ와 결별, 정치 파트너로 어떤 집단을 선택할지는 정계개편의
향방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노부총재등 당내 개혁성향 인사들이 재야와 연대해 새대교체및
"반김"운동을 펼 경우 정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DJ는 그러나 이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빠져나갈 경우 민주당의 "지역당화"
현상이 더욱 고착될 것이라는 점에서 일단 반발세력 무마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게 당내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