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제2차세계대전에 참전케 한 일본군에 의한 "펄하버(진주만)
기습"은 전후 50년이 되는 지금까지 그 진상을 알수없는 부분이 있다.

일본정부는 1941년 12월, 미.영등 연합국측에 대한 전쟁준비를 진행
하면서 진주만공격 30분전인 7일 오후1시(미 동부시간)까지 선전포고를
의미하는 대미최후통첩을 미국정부에 전달토록 워싱턴주재 일본대사관에
훈령했다.

그러나 일본대사관측은 암호전보로 도착한 이통첩을 즉각 영문으로
작성하는 작업에 착수하지 않아 진주만공격이 시작된지 1시간후에야
이 통첩을 미국무부에 전달할수 있었다.

이 작업이 지체된 이유는 전날 밤에 대사관 직원의 송별회가 있어서
단수 직원이 만취하였고 극비문서이므로 보안상 임시직원인 타이피스트
에게 정서를 맡기지 않고 일반직원이 타이핑했었기 때문이라 한다.

기강이 해이된 것이다.

결과 일본군의 진주만공격은 "야비한 진주만의 기습"이 되었고 이에
격분한 미국민은 "진주만을 잊지말자"는 구호아래 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된다.

그런데 당시 미정부는 이 암호전문을 방수하여 그 내용을 해독하고
있었는데 일본군의 공격에 대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
의문이라는 것이다.

현대 국제사회에 있어서 본국정부와 외국주재공관과의 통신은 인체의
신경계통에 비유될만큼 중요하고 즉각 전달이 필요하며 비밀이 엄수
되어야 한다.

"외교관계에 관한 빈조약"이 인정한 외교특권중에는 불가침권과
치외법권이 있다.

불가침권이란 외교사절의 신체와 명예, 공관, 그리고 문서.통신의
불가침을 내용으로 하고있다.

국제법은 이같이 문서.통신의 비밀을 보장하고 있을뿐 아니라 대내적
으로는 국가공무원법 제60조(비밀엄수의 의무)및 형법 제127조(공무상
비밀의 누설)로 국가기밀이 누설되지 않도록 법제화 하고있다.

6.27지방4대선거를 앞두고 외무부의 "지방자치관련 비밀문서"사건이
정치적인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 훈련의 "변조"여부에 대해서는 수사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므로
그 진위를 가릴 입장에 있지 않다.

다만 이사건을 보면서 국민으로서 우려되는 점은 대외공관직원이
직무상 알게된 비밀을 법을 어기면서 누설할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선거철이면 공무원의 기강이 해이된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당분간 해마다 선거철을 맞게된다.

선거철이면 공무원 기강이 해이된다는 현실은 우리의 민주정치의
수준을 말해주는 것같아 서글퍼진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27일자).